테니스

부산오픈을 만든 사람들 ⑩ 이택기 스트링거

형광등이 2017. 5. 22. 16:22
부산오픈을 만든 사람들 ⑩ 이택기 스트링거
부산=이상민 인턴 기자 ( rutina27@naver.com ) | 2017-05-21 오후 12:12:46

이택기 KRSA조합장은 그랜드슬램 스트링거로도 참여하는 스트링 장인이다. 사진=(부산)이상민 인턴기자
[테니스코리아= (부산)이상민 인턴기자]라켓은 선수들의 경기력에 있어서 가장 필수적인 무기다.
 
선수들은 컨디션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라켓 스트링 텐션을 설정한다. 경기 당 평균 3~4자루를 사용하고 한 번 사용했던 스트링은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
 
선수마다 요구하는 부분도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유능한 스트링거의 존재는 대회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인력이다.
 
부산오픈 챌린저(총상금 15만달러+H)의 라켓 스트링을 책임지는 KRSA(코리아라켓스트링협동조합)조합장 이택기 스트링거를 만났다.
 
10년째 부산오픈 라켓을 책임진다는 이택기 스트링거는 "스트링거는 대회 운영 부서 중 가장 늦게 일과를 마치는 곳이다. 다음 경기를 위해 라켓의 상태를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트링거는 5명씩 움직인다. 8강부터는 3명이 스트링을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은 불안감 때문인지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처음 쓴 머신과 스트링거를 대회 내내 고수한다"고 설명했다.
 
이택기 스트링거는 올해 부산오픈에서 대표적으로 바섹 포스피실(캐나다, 106위), 소에다 고(일본, 134위), 권순우(건국대, 209위)의 라켓을 담당했다.
 
이 중 소에다의 요구 사항이 인상적이었다.
 
이택기 스트링거는 "소에다의 경우 두 가지 텐션(줄을 매는 강도)을 주문한다. 52파운드 1자루와 51파운드 2자루다. 소에다는 52파운드 라켓으로 경기를 시작한다. 텐션은 시간이 지날수록 느슨해진다. 때문에 다시 52파운드 라켓으로 경기를 재개하면 다소 힘든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며 "이러한 것은 선수들이 본 받아야 할 점이다"고 말했다.
 
이어 "소에다가 결승에 진출했다. 이번엔 52파운드로 3자루를 주문했다.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결승이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변화를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택기 스트링거는 "우리가 보유한 스트링 머신기는 총 12대다. 보통 챌린저 대회에서는 2대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이 정도 규모면 ATP투어 500시리즈 수준이다. 만약을 위해 항상 여유분도 챙겨놓는다"고 말했다.
 
스트링거팀은 지난해까지 플레이어 라운지 옆에 위치했던 작업실을 올해 데스크 옆 자리로 옮겼다. 이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었다.
 
이택기 스트링거는 "오히려 더 편하다. 선수와 스트링거는 데스크를 통해 일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선수는 대회 기간 중 쓴 스트링 가격을 상금에서 공제한다. 이 과정에서 데스크의 역할이 필요하다. 플레이어 라운지 옆에 위치했을 때는 선수가 불필요하게 두 번 이동했었다. 또 작업실이 센터코트와 1번코트 중간이기 때문에 더욱 편하다"고 설명했다.
 
결승만 남겨둔 시점, 구체적이고 까다롭기까지 한 선수의 요구에 실수는 없었는지 궁금했다.
 
이택기 스트링거는 "전달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것이 하나 있다. 권순우-이재문(부천시청, 793위)과 안드레 베게만(독일, 복식 70위)-프레드릭 니엘슨(덴마크, 복식 207위)의 복식 8강 경기였다. 경기 전 베게만이 스트링 작업을 위해 작업실에 들렸었다. 그러나 표를 작성하지 않고 'Same'이라고 외치며 나가버려 혼선이 생겼다. 결국 메인스트링(세로줄)과 크로스(가로줄)가 뒤바뀌었다. 이는 경기 직전 확인됐고 어쩔 수 없이 15분 동안은 자신이 쓰던 라켓으로 경기를 치렀다. 베게만은 경기에서 패했고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때문에 모든 선수들에게 자루마다 차트 표를 직접 작성하게 한다"고 말했다.
 
부산 출신 이택기 스트링거는 부산오픈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택기 스트링거는 "부산은 나의 고향이다. 전 가족이 부산오픈에 참여하기에 더 의미있다. 각각 고등학생과 대학생인 두 아들이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볼퍼슨으로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여태껏 그랜드슬램을 포함해 크고 작은 대회에 스트링거로 참여했지만 나에겐 부산오픈이 가장 의미 깊은 대회다. 부산에서 테니스가 스포츠를 넘어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국내 최고의 투어 대회로 성장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스트링에 불편함 없이 경기에 집중했으면 하고 나아가 '부산오픈 스트링거들이 참 잘하더라'는 말이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부산)이상민 인턴기자(rutina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