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US오픈 홈페이지
테니스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독특한 스코어 방식을 가지고 있다. 일반 구기종목들이 차근차근 점수를 쌓아가는 것과 달리 테니스는 15-30-40으로 포인트가 이어지며, 포인트-게임-세트-매치의 4단계로 경기가 진행된다. 한 세트를 이기기 위해서는 6게임을 먼저 따야하며 게임스코어 6-6이 되면 7점을 먼저 얻어야 이기는 타이브레이크를 진행하기도 한다. 여자의 경우 먼저 두 세트를 따야만 그 경기에서 승리하게 된다. 이처럼 복잡한 스코어 방식 때문에 테니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혼란스러워 하기도 한다.
올 US오픈 여자단식 4강에서 세레나 윌리엄스(미국)는 로베르타 빈치(이탈리아)에게 총 포인트에서 93-85로 승리했다. 무려 8포인트, 거의 2게임에 가까운 포인트를 더 얻고도 경기에서는 패한 것이다. 득점률에서도 세레나가 52.2%로 과반을 점했지만 세레나는 결승행 티켓을 손에 쥐지 못했다. 세레나는 이번과 마찬가지로 포인트에 앞서고도 진 경우가 있었다.
2013년 당시 세레나는 2월 카타르오픈에서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에게 패한 후 윔블던 16강에서 사비네 리시키(독일)에게 다시 패하기까지 34연승을 내달렸다. 이후에도 33경기에 나서 한 경기에서만 패하는 등 독주체제를 더욱 굳혔다. 만약 테니스가 포인트제였다면 세레나는 2013년 2월 카타르오픈부터 2014년 호주오픈 16강까지 단 한번도 패하지 않고 75연승을 달릴 수도 있었다.
포인트제였을 경우, 그 기간 동안 패했던 윔블던 16강과 신시내티대회 결승 모두 세레나가 승리한 경기였다. 당시 윔블던 16강에서 세레나는 2-6 6-1 4-6으로 리시키에게 패했지만 포인트는 3점을 앞섰고, 신시내티에서는 3세트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아자렌카에게 패했지만 포인트는 역시 세레나가 2점이 앞섰다.
흔히 스포츠를 인생에 비유하는데, 테니스도 마찬가지이다. 전 세계 1위인 안드레 애거시(미국)는 "테니스는 인생의 축소판 같다. 둘 다 Love(러브)와 Break(브레이크)가 있으며 Advantage(어드밴티지)가 있는데 Fault(폴트)도 있다. 또 테니스는 포인트가 게임이 되며 게임은 세트가 되고, 그 세트는 하나의 매치를 만드는데 인생도 초가 분이 되고, 분이 시간이 돼서 결국 한 사람, 인생을 만든다. 모든 것들이 촘촘하게 연결돼 어떤 포인트라도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테니스와 인생이 닮은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세레나는 준결승에서 패한 후 "빈치가 인생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라고 말하며 상대를 칭찬했다. 포인트를 더 많이 따고 전체적으로 경기를 지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패배를 담담하게 받아들인 세레나를 보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테니스를 통해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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