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돌(왼쪽)과 데미스가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를 하고 있다.
(오후6시50분 기자간담회 속보)
이세돌: (기자들의 환호성 속에 등장하며)한 판을 이겼다고 이렇게 축하를 받을 줄은 몰랐다(웃음). 이번 경기를 하기 전에 제가 4-1 혹은 5-0으로 승리를 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사실 제가 3-0 앞서다가 한 판을 패했다고 가정한다면, 굉장히 아팠을 것이다. 오히려 3연패를 당하다가 승리하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이 기쁨은 그전에 무엇과도, 그리고 앞으로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정말 기쁘다. 여러분들의 응원 덕분에 오늘 한 판이라도 이긴게 아닌가 생각한다. 감사드린다.
데미스 하사비스(구글 딥마인드 CEO): 이세돌 9단 진심으로 축하한다. 정말 멋진 승리였다. 다시 한 번 이세돌 9단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바둑 선수인지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세돌 9단은 오늘 알파고에게 굉장히 버거운 상대였다. 초반 시작했을 때 알파고는 스스로 우세를 추정했다. 이렇게 진행이 되다가 이세돌 9단의 묘수가 나오면서 알파고가 실수를 범했다. 국면이 복잡해진 순간에 나온 이세돌 9단의 묘수가 알파고를 흔든 것이다. 알파고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한국에서 이세돌 9단과 대국한 것인데 우리 역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알파고의 약점을 알아야만 개선할 수 있었다. 이세돌 9단과 같은 창의적인 천재와의 대국을 통해서만 알파고의 약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진정으로 이세돌 9단 전투적인 기세를 보여줬다. 세 번을 연속으로 패배했음에도 오늘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 오늘의 이 패배는 알파고에게 매우 소중하다. 저희가 영국으로 돌아가서 이세돌 9단과의 기보를 면밀히 분석할 것이다. 통계수치를 분석해서 알파고를 보완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다시 한 번 이세돌 9단에게 축하드리며, 화요일(15일)에 열릴 마지막 5국을 기대한다.
데이비드 실버(딥마인드 팀 리더) : 다시 한 번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축하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저희는 알파고가 스스로 반복해서 학습하게 했다. 아무래도 그렇게 학습된 지식은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저희 개발자들은 바둑 고수가 아니므로 그 허점을 파악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세돌 9단과 같은 고수와의 대국을 통해서만 알파고의 약점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 중앙의 전투와 같은 복잡한 부분이 바로 알파고의 허점이었다. 이세돌 9단의 강한 실력 덕분에 알파고는 오늘 소중한 경험을 했다. 돌아가서 오늘 대국의 중앙 접전을 분석해 알파고를 보완할 자료로 삼겠다.
마이클 레드먼드(현장 영어 해설자):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축하한다. 오늘 진행된 경기를 보면 알파고가 초반부터 흥미롭게 경기를 진행했다. 혼 전 상황에서 이세돌 9단이 백78의 묘수를 두었다. 저도 놀랐고, 알파고가 아니라 그 누구여도 놀랐을 것이다.
송태곤(현장 한국어 해설자): 이세돌 9단이 부담감을 떨쳐내고 자신의 바둑을 뒀다. 중앙에서 이세돌 9단의 승부수가 아주 멋있었다. 이세돌 9단이 점점 알파고에 익숙해져간다, 알파고의 생각을 알아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늘 알파고의 약점이 드러난 만큼 이어질 5국에서도 이세돌 9단이 좋은 승부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하 질의 응답
많은 전문가들이 알파고의 수를 분석할 때 어떤 수는 완전히 실수였다고 했는데도 나중에 보면 묘수인 경우가 있었다. 만약 의학에 접목시킨다면, 의학 전문가들이 봤을 때 어떤 것이 이상해보여도 그게 바둑의 묘수와 같다면 의학계가 혼란을 겪을 수 있지 않나? 데미스: 알파고는 프로토 타입이다. 아직 베타 단계도 아니고 알파 단계도 아니다. 알파고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단점이 있는지를 계속 경기를 해야 알 수 있다. 사실 바둑 기사로서 세계적인 기량을 갖춘 선수는 그다지 많지 않다. 바둑이라는 게임은 아름다운 게임이다. 의료와는 완전히 영역이 다르다. 알파고는 향후 아주 엄격한 시험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이다. 알파고는 아직 프로토 타입이므로 의료와 과학과 같은 정밀함이 요구 되는 분야에 접목하기는 시기상조다다.
알파고 두 가지 버전이 있다고 했다. 예전 버전을 그대로 사용했는지, 다른 버전을 사용했는지? 데미스: 저희가 사용한 시스템은 분산형 시스템이다. 버전18 알파고를 사용했고, 모든 대국에서 동일한 버전을 사용했다. 공식적인 매체에선 싱글형 보다 강력한 분산형을 사용한다.
(KBS기자)해설자들이 실수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알파고가 둔 수가 실수인지, 해설자들이 알파고의 수의 의도를 실력이 약해 파악하지 못하는 게 아닌지 궁금하다. 데미스: 알파고의 수가 추후에 묘수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그대로 실수일 수도 있다. 게임의 최종 승패가 그 수가 어떤 수였는지에 대한 결과를 반영해준다. 오늘 알파고는 패했다. 따라서 알파고의 수들은 실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바둑에 아예 문외한인 국내 기자의 질문으로, 알파고의 명백한 실수가 확실한 수(실시간 관전기 참조)마저도 '인간이 모르는 알파고의 묘수다'라고 주장하는 시각이다. 가치가 없는 질문이지만 질의 응답 전문을 싣기 위해 넣었음을 밝히며,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대해 아무런 공부도 하지 않고 찾아와 수준 낮은 질문을 해대는 국내 취재 기자들의 문제점은 향후 취재수첩을 통해 보도하도록 한다.
지금까지 큰 점수차로 알파고가 이긴 적은 없는데, 혹시 상대 수준에 맞춰서 알파고가 바둑을 두는 지 궁금하다. 데미스: 알파고는 상대가 누군지 무관하게 상대는 최고의 수를 둘 것이라는 가정하에 스스로의 승률을 극대화 하기 위한 수를 검토한다. 정확히 어떤 수를 두어야 자신의 승률이 극대화될 지 오직 그것만 찾는다.
오늘 불계패를 선언할 때 모니터에 어떤 표시가 나왔는지 궁금하다. 데이비드: 우선 알파고는 여러 경우의 수의 확률을 계산 한다. 승률 값을 극대화시키는 게 알파고의 목적이다. 그것이 기준 값 아래로 떨어지면 불계패라는 값을 나타내며, 아자황이 실제로 불계패 선언을 한다.
알파고의 약점은 무엇인가? 이세돌: 일단 알파고가 노출 시킨 약점은 두 가지다. 기본적으로 백 보다는 흑을 힘들어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오늘 예상치 못한 수가 나왔을 때 일종의 버그 형태로 몇 수가 진행되었다. 생각하지 못한 수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진다. 백 보다는 흑을 어려워 한다는 점도 알파고의 약점이다.
세간에서 논란이 되는 정보의 비대칭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세돌: 큰 문제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저의 실력이 부족했다. 데미스: 알파고를 훈련시킨 방식은 이세돌 9단의 기풍이나 방식에 맞춰서 한 게 아니다. 일반적인 바둑의 훈련을 시킨 것이다. 인터넷으로 진행되는 아마추어의 바둑 기보를 알파고에 입력했다. 그 후에 아시다시피 알파고 스스로 바둑을 두게 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사실 저희가 그렇게(이세돌 맞춤형으로) 하고 싶다고 해도 할 수 없다. 수 백만, 수 천만 기보를 토대로 알파고를 훈련시킬 수 있는 것이지, 이세돌의 기보 소수를 갖고는 훈련 시키는 게 불가능하다.
3패를 당한 후 경기를 중단해야 한다는 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세돌: 충격이 아예 없었다고는 말씀을 드릴 수 없지만 대국을 중단할 상태는 아니었다(웃음). 물론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그렇게까지 큰 내상을 입은 건 아니었다는 말씀을 드린다.
향후 5국 전망은? 이세돌: 마지막 5국에선 흑으로 이겨보고 싶다. 백으로 이기는 것 보다는 흑으로 이기는 게 더 값어치가 있기 때문에 마지막 5국은 흑을 잡고 두고 싶다. 구글에 제안한다. 마지막 5국은 제가 흑으로 정하는 게 어떨까? 데미스: 좋다 승낙하겠다.
아름다운 경기를 해주신 이세돌 9단에게 감사드린다. 78번째 끼움수에 대해 질문 드리고 싶다. 중국의 구리는 신의 한 수라고 얘기했다. 당시 그 수를 두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 이세돌: 저는 사실 더 쉽게 수가 날 걸로 생각했다(웃음). 생각보다 어려워서 이번에 또 지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 수를 둔 이유는 거기밖에 둘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수 외에는 안 되는 수였다. 그렇게 칭찬을 받아서 오히려 어리둥절하다.
▲ '인간 승리'를 거둔 이세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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