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송년의 밤을 화천에서
해마다 12월 31일 밤이면 화천 감성마을에서 소박한 모임이 이뤄집니다.
감성마을은 소설가 이외수 선생이 집필하는 공간입니다.
전국에서 트위터 팔로워가 가장 많은 이외수 선생의 친구들이 모여 문학과 삶을 이야기하며 새해를 맞습니다.
늘 화제가 되는 현장이지만 언론사의 취재는 일체 사양한다고 합니다.
카메라 렌즈가 지켜보고 있으면 어색하고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 타이젬은 바둑 친구로 다가갔습니다.
몇 년 전 이외수 선생은 타이젬 동영상을 통해 바둑 팬들과 만난 적 있으며 바둑을 무척 좋아하는 마니아입니다.
서울을 벗어나 포천 캬라멜 고개를 넘어서니 어둠이 내렸고 사방에 흰 눈이 가득했습니다.
엊그제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았더군요.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길은 제설이 되지 않아 폐쇄되어 있었습니다.
▲이미 시작된 강연
감성마을 모월당(慕月堂)에 도착하니 이외수 선생의 강연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어떤 화제를 풀어가도 선생의 강연은 거침없고 흥미진진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친구들이 묻습니다.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이외수 작가
-보름을 굶으셨다고 들었는데 정말 가능한가요?
"굶어보니 가능합디다. 잠을 안 재우고 밥을 안 주는 고문을 당한다면 저는 그럭저럭 견딜 것 같습니다. 하하하."
-원고지 파지(破紙)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세 가마니쯤 모아 두었습니다. 그도 제 삶의 일부이기 때문에 소중히 보관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그 파지 중에서 원고를 추려 출간한 적 있었지요. 경영난으로 어려운 출판사였는데 그 책으로 살아났다고 하더군요."
-저는 축구심판을 보고 있습니다. 선수보다 심판이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데 혹시 심판 잘 보는 방법을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그라운드 안에서는 룰을 적용하고 밖에서는 룰을 창조해보도록 하십시오."
-저는 일본에서 왔습니다. 선생님의 책을 일본어로 번역했으면 좋겠습니다.
"터키와 중국에서 번역 출간된 적 있는데 제 문장은 외국어로 바꾸니 맛이 떨어지더군요. 기왕 하게 된다면 의역보다 직역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강연은 한 시간으로 잡혀 있었는데 질의응답 때문에 길어졌습니다.
간단하게 사인회가 준비되었는데 거의 모든 친구들이 길게 줄을 섰습니다.
최근에 출간된 책 [절대강자]를 타이젬에서도 2권 사인을 받았습니다.
많이 받아서 회원들께 전해드리고 싶었지만 기다리는 독자들이 너무 많아서 두 권밖에 구하지 못 했습니다.
절대강자!
엄청난 고수를 뜻하는 것 같습니다만 이외수 선생은 세상의 모든 사람이 절대강자라고 주장합니다.
“지금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대는 절대강자다!”
[절대강자]는 선생 방식으로 인생과 정면 대결하는 이외수 정석 책입니다.
▲흰뺨검둥오리
S#2. 고요한 밤 따뜻한 밤
송년회에서 등장한 깜짝스타, 흰뺨검둥오리입니다.
생태동화작가 권오준님이 키우는 오리인데 이 녀석이 아주 명물입니다.
철새의 둥지에서 부화되지 않은 알을 인공부화기에 넣었더니 용케 세상에 나왔답니다.
그때부터 권오준 작가를 엄마로 생각하고 따라다닌다는데 모든 교감을 부리로 합니다.
산책을 할 때 데리고 나가 풀어놓으면 푸드득 하늘로 날아올라 지평 끝까지 날아갔다가 몇 바퀴 힘차게 돌고 다시 돌아옵니다.
하늘에서 날갯짓을 하면서도 혹시 엄마가 그 자리에 있나 아래를 살핀다고 하네요.
삑삑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부르면 고개를 돌리고 대답을 합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친화력 좋은 오리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도 낯을 가리지 않고 잘 어울립니다.
TV동물농장에 출연시키라는 권유를 많이 받는데 권오준 작가는 아예 구구단까지 암기시킨 뒤 내보내겠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면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에 나와야겠죠.
▲휴식시간.
휴식시간의 풍경이 다채롭습니다.
어른들은 저마다 편한 자세로 책을 읽습니다.
어린이들은 머리를 맞대고 휴대폰 영상을 즐깁니다.
한쪽 구석에서는 바둑판이 펼쳐집니다.
▲작가들의 반상혈전!
그 사이 이외수 선생과 필자도 한 판을 두었습니다.
육형제 바둑판에서 여행용으로 만든 매트바둑판입니다.
이외수 선생은 소문난 바둑 광입니다.
기력이 그다지 강하지는 않은데 승률은 괜찮다고 합니다.
▲최돈선 시인.
선생의 바둑 상대는 최돈선 시인입니다.
아마 5단 실력을 지닌 최돈선 시인은 문단에서 알아주는 고수입니다.
두 분이 수백 판을 두었는데 9점에서 출발해 지금은 4점까지 좁혀졌다고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쉬운 상대라고 주장하더군요.
“아무래도 제가 힘이 딸리죠. 그렇지만 이길 때까지 둡니다. 그러면 저 친구가 더러 양보하더라고요. 하하하”
바둑 두는 도중 그 말을 듣고 필자도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겨서는 안 될 바둑도 있구나 싶었지요.^^
바둑을 접고 나서 이외수 선생께서 타이젬 친구들을 위해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바둑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외수 작가“제 인생은 항상 이런 식이었습니다. 축으로 몰리고 장문에 갇히고 엉망진창이었습니다. 그래도 삶은 아름다웠습니다. 바둑을 두면서 종종 느낍니다. 욕심을 덜자. 저 귀퉁이 한 구석에 쓰러져가는 초가집인들 어떠랴. 두 칸 방만 있으면 살 수 있거늘.”
이외수 : 바둑 친구 여러분 새해에는 상대에게 많이 져 줍시다!
▲깊은 밤 모월당.
▲모월당을 가득 메운 아름다운 인연들S#3. 삶을 노래하면서
모월당은 눈 속에 묻혀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친구들이 싸온 음식을 나누며 자기소개와 함께 하나가 됩니다.
모월당에서 음주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부산에서 올라온 친구들
음료수와 다과를 놓고도 얼마든지 즐거운 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습니다.
이외수 선생의 가창력은 정평이 나 있습니다.
▲열창하는 이외수 작가
음성도 맑고 감성이 듬뿍 실려 사회자가 영성(靈聲)이라고 소개합니다.
노래도 작품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한 해를 보내면서 이외수 선생은 친구들과 함께 아름다운 삶을 노래합니다.
"옥수수를 보고 밥솥에 찔 생각을 하면 이성 중심의 인간에 가깝고 옥수수를 보고 하모니카를 생각하면 감성중심의 인간에 가깝다."
"앎이 머리에 소장되어 있을 때는 지식이고 앎이 가슴으로 내려오면 지성이 된다. 그리고 지성이 사랑에 의해 발효되면 지혜가 된다."
이외수 선생의 저서 [절대강자] 서문에 실린 글입니다.
▲이외수 작가가 타이젬 회원들을 위해 직접 사인을 한 책
새해 아침에 이 책 두 권을 타이젬 회원님들 중 두 분을 선정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아울러 위에 소개된 매트바둑판 세트까지 얹습니다.
(따뜻한 마음이 실린 댓글이 선정기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