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5세부터 취미로 바둑을 둔지가 어언 4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재주와 노력의 부족으로 실력은 기원급수로 2급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기원급수로 말하는 것은 아직도 인터넷 바둑을 전연 두지 않기 때문이다.
모니터를 보면 눈물이 나는 약시인 데다 아날로그 세대라 지금까지도 오직 돌로 나무 바둑판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시간킬러인 바둑을 배운 것을 후회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내 욕심대로 막내를 프로기사로 만들려고 했다가 형제들에게 비난도 받아 봤다.
하지만 50대 중후반에 지독한 우울증에 걸린 이후 의외로 바둑이 훌륭한 치료매개체가 되었다.
우울증으로 자살한 사람들이 나처럼 바둑을 즐길 줄 알았다면 적어도 몇 명은 생명을 건졌을 것이다.
바둑이나 골프 실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사람은 소박하지만 뚜렷한 목표가 있기에 어이없게 삶을 포기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바둑을 40여년 씩이나 두고 나니 이처럼 바둑에 대해 쓸 이야기도 많아 하루가
멀게 이곳에 글을 올리고 있다.
주로 사소한 이야기 들이지만 아직도 소재는 바둑의 수 만큼이나 다양하다.
조선말 국수인 노사초 선생이 며느리 해산에 쓸 미역을 구하러 나갔다가 바둑으로 두 해를 넘겼다는 일화처럼 나 역시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한.미의 기원을 전전하였기 때문이다.
바쁘게들 살아가는 미국 사회에서 웬 바둑이냐고 핀잔도 들었지만 바둑을 한달 이상 단절하고 산 적은 한번도 없었다.
한번은 미국에서 조국수와 유왕위의 백두산 대국 사진을 보게 되었다.
내가 “천지가 참 넓고 푸르군!”라고 탄복을 하자, “미국에도 저런 호수가 있지!” 라고 한 기우가 귀띔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래! 여기서 얼마나 멀지?”
“한 천마일을 달려 가야 해! 오레곤 주 이거든!”
천마일이면 천육백 킬로이니 서울부산간의 400 킬로에 비하면 네배의 무척 먼 거리이다.
아마도 서울에서 중국의 북경 정도의 거리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름 휴가때 날을 잡아 기어코 그곳엘 다녀왔다.
미국에서도 드문 화산호인 오레곤의 크레이터(분화구) 호수는 백두산의 천지처럼 곰이 살고 있는 첩첩산중의 꼭대기였다.
그러나 우리는 기어히 그곳에 올라 조국수 들처럼 바둑을 두는 기념사진을 찍었다.
며칠전 GG 옥션배 사건에 올려진 댓글수가 문제의 이세돌 휴직사건을 능가했다고 한다.
많은 바둑팬들이 아직도 그만큼 바둑을 사랑한다는 반증인 것이다. 따라서 나
역시 공연히 불필요한 잡기를 배운 것은 결코 아니라는 자부심을 새삼 가지게되었다.
필자는 그간 바둑의 장단점에 대해 가감없이 글을 올려왔다.
즉 나는 과장된 바둑 예찬론자도, 그렇다고 바둑 회의론자도 아닌 중립적 입장인 것이다.
필자가 오래 전 미국인에게 바둑을 가르칠 때였다.
우리는 주입식으로 바둑을 배웠지만 그들은 항시 WHY라고 캐 묻는다.
수학의 경우 문제는 풀수 있지만 증명은 어렵듯 그렇게 물어오면 사소한 것도 답변이 매우 힘들다.
가령 야구의 경우 3명이 아웃될 때 까지 공격을 계속하니 돌이 세개 이상 죽을 때 까지 한 편이 계속 두면 안되는가? 라고 물을 땐 황당한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날 따라 하라는 방식도 그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원봉사로 가르치는 것이었지만 나도 바둑의 원리를 따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 나는 다음과 같은 바둑의 모순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둑은 두 사람의 바둑신이 두더라도 반드시 패자가 있게 마련이다.
축구는 2;2, 야구는 3;3, 농구는 90;90 처럼 용호상박이면 무승부가 될수가 있다.
하지만 바둑은 양자 모두 단 한번의 실수가 없더라도 한쪽은 반드시 패해야 한다.
모순도 이만저만 모순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착수금지구역, 패의 순서 착각, 시간패 등은 너무 가혹하다.
한두 번의 위반 쯤은 감점등으로 벌칙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계가시 상대방의 집을 왜 사석으로 메우는가? 라는 질문에도 답변이 궁했다.
그 경우는 살아남은 돌의 갯수가 많은 측이 승리한다는 중국식의 개념이 오히려 설명하기 수월하였다.
세세히 따져보면 스포츠 경기로서의 바둑의 모순점은 한둘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김은선 - 루지아 사건이나 GG옥션배 사건도 그런 모순점의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모순이 있다는 이유로 바둑이 평가절하될 수는 없다.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라고 하지 않던가!
나는 초보자들에게 시시콜콜 따지지 말고 그냥 바둑을 두며 즐기라고 권유하고 싶다.
“운명 교향곡”을 베토벤이 작곡했다는 사실은 한국인들도 모두가 알지만 그 곡을 4악장 끝까지 들어본 한국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그처럼 바둑은 바둑스토리가 중요한게 아니라 직접 두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우스운 것은 해설자 중에도 바둑 이론엔 밝은데 수읽기가 부족한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해설자의 해설을 들으면 어찌나 해박한지 그는 아무에게도 질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막상 대국을 할 때 지켜 보면 의외로 패국이 많아 팬들은 실망을 하게 된다.
오늘도 바둑팬들은 두판의 어이없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였다.
기성의 반열에 오른 이창호 국수가 명인전에서 실로 어이없는 실수를 하였다.
속기의 달인 한웅규 사범은 일인자 이세돌9단에게 다 이긴 바둑을 방심해 놓친다.
바둑은 이처럼 프로들도 오르기 힘든 산인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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