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

"삼성, 고맙다"..한 중견기업 사장의 고백

형광등이 2011. 8. 18. 16:49

"삼성, 고맙다"..한 중견기업 사장의 고백
[이데일리] 2011년 08월 18일(목) 오후 02:19   가| 이메일| 프린트
[이데일리 안준형 기자] "삼성과 계속 거래를 했다면,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손오공처럼 있었을 것이다"

다음 달 상장을 앞둔 반도체 검사장비 기업 테크윙 심재균 대표이사의 말이다. 이 회사는 세계 메모리 테스트 핸들러 점유율 1위 업체다. 올 1분기 세계 시장점유율 50%를 넘겼다. 하이닉스 등 48개 국내외 반도체 회사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는 거래를 하지 않는다. 아니, 한때 잠시 했다. 그는 삼성에 대해 "예전에는 원망스러웠지만, 지금은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줬다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의 사장과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사이에는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심재균 대표도 `삼성맨`이었다. 대우전자와 삼성전자 연구원을 거쳤다. 삼성에서만 10년 넘게 일했다. 이후 반도체 검사장비 시장이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삼성 동료 2명과 함께 2000년 `프로스`라는 회사를 차렸다. 이후 삼성에 판매망을 갖고 있는 아주시스템을 합병하면서 삼성에 1년간 검사장비를 공급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자 삼성으로부터 주문이 들어오지 않았다. 기술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던 터라 답답한 마음에 직접 삼성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참담했다.

당시 삼성 관계자로 부터 "당신 장비 기술이 좋아서 세크론에게 카피하라고 시켰다"는 말을 들었다. 세크론(옛 한국도와)은 삼성전자가 지난 2001년 지분 50%를 인수한 계열사다.

이후 회사는 부도났다. 그리고 심 대표는 2002년 7월 테크윙을 설립했다. 사명은 기술이라는 날개를 달고 세계로 나아가자는 뜻이다. 심 대표는 "당시 한국 시장은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다음달 코스닥 시장 상장을 앞둔 10여년간 믿은 것은 오직 기술력이었다. 2000년 초반 일본 회사가 장악하고 있던 시장에 테크윙의 영토를 조금씩 늘려갔다.

테크윙의 2009년 메모리 테스트 핸들러 시장 세계 점유율은 22%. 지난해 30%대로 늘었고, 올 1분기 처음으로 50%를 넘겼다. 2002년 3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지난해 7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목표는 창립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대 고지를 밟는 것이다.

심 대표는 "삼성과 거래가 끊긴 뒤 죽기 살기로 해외를 개척했다"며 "이 모든 과정을 자력으로 이뤘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진다"고 말했다. 현재 회사의 해외 매출 비중은 8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