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군자삼락이라는 것이 있다.
흔히 요즘와서 인생의 세가지 즐거움으로 저마다 활용하고 마음에 새기고 있다.
살펴보면,
1.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배우고 익히는 것이 즐거운일이다.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은 학습이다
2. 有朋自遠訪來 不亦樂乎(유붕자원방래불역낙호):
멀리 있는 친구들이 찾아와 주니 즐거운 일이다.
3. 人而不知而 不慍 不亦君乎(인이부지이불온 불역군호) :
남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화내지 않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 말은 26일 서울 반포테니스장에 모인 서초구와 강남구 테니스 지도자들에게 딱 해당되는 말이다.
이날 우리나라에서 테니스 지도자 생활하기 좋은 여건을 지닌 서초구와 강남구 지도자들이 모여 테니스대회를 열어 기량을 겨루고 친목을 다졌다.
이 지도자들은 매일 테니스를 배우고 익혀 동호인들과 주니어들을 가르치고 있다. 공자의 첫번째 즐거움을 실천하고 있다.
사실 테니스 지도자는 누가 알아주는 직업이 아니다.
제자들이 테니스를 잘하면 제자에게 박수가 가지 지도자의 공으로 돌리는 경우가 드물다. 아무리 기가막힌 기술과 이기는 비법을 전수해도 제자가 막상 경기에 나가 못하면 지도자들의 높은 수준은 물거품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도자들은 남들이 쉽게 알아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날 참석한 지도자들은 대부분 표정이 진중한 가운데 성내는 일 하나 없이 대회를 마쳤다. 늘상 제자들 지도할 때와 마찬가지로 화가 날 일이 있더라도 속으로 삭히던 덤덤한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배어 나왔다.
우리나라 테니스 지도자들은 신분도 불안하고(어느 회사에 정년과 고용이 보장된 직업이 아니다) 4대 보험도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퇴직금도 없는 직업군이다.
초등학교때부터 짧게는 9년 길게는 13년정도 학교 테니스 선수 생활을 하다 지도자의 길을 걷는 경우가 많다. 혹은 테니스가 좋아 잘 다니던 직장 포기하고 테니스 기술을 연마하고 연구해 지도자의 길을 걷는 경우도 많다.
흔히 직장 신입사원에게 직업교육과 회사교육이 필요하고 수시로 직급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듯이 테니스 지도자에게도 이러한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자신들보다 경제여건이 좋고 학식이 있는 일반인들에게 테니스를 지도할 수 있고 어린이들에게 테니스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지도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테니스 지도자 현실은 어떤가.
스포츠 어느 종목 지도자보다 신분이 불안정해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고 늘 레슨생들의 얼굴만 쳐다보기 일쑤다. 지도자로서 자신의 소신한번 제대로 펴는 것은 고사하고 테니스에 인생 걸자며 연구하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테니스 지도하다 큰 병 얻으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우리네 지도자들의 처지다.
일본처럼 테니스회사가 있어 지도자들을 고용해 지역마다 레슨을 하며 지도자 생활을 하는 경우도 우리나라에는 없다.
일본은 회사가 부지를 매입해 테니스장을 짓고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어 테니스 지도자들을 모집해 고용한다. 말하자면 테니스 레슨 회사인 것이다. 레슨생들을 대하는 태도, 가르치는 프로그램 등이 정형화되어 있다. 전문 직업인, 지도자로서 고급 운동 종목인 테니스를 대하게 하는 것도 여럿있다.
일선 지도자 가운데 일본 테니스 회사에 근무하다 귀국해 지도자 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이런 회사 형태가 존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지도자들이 경자유전하듯 스스로 땅을 파서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시스템이다. 그것도 천수답. 비가 잦은 최근 몇년간 실내코트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잦은 비로 1주일에 한번 정도 레슨을 하면 많이 하던 경우도 생겼다. 그러면 레슨생들 빗물 떨어지듯 떨어져 나가고 다시 비 안오는 좋은 계절이 와도 한번 떨어져 나간 레슨생 복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다. 그러면 지도자들은 하늘 쳐다보고 원망도 하고 다른 좀 안정적인 직업은 없나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테니스만 오로지 천직으로 알고 해 왔지, 학창시절 교실들어가 본 적없이 땡볕에 운동만 한 터라 테니스 외에 다른 것은 생각도 해보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테니스에서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시스템이 안되어 있다. 직업에 충실하고 올인하고 몰입하게 되어있지 않다. 그러니 좋은 선수가 나오지 않고 테니스 동호인 문화가 고급화 되어 있지 못한 것이다.
스포츠 종목 가운데 잘 나간다는 골프의 경우 지도자에게 프로라는 이름을 붙여 격을 높이고 있다. 김프로 이프로하면서 호칭도 대우하지만 깍듯하게 지도를 받아들인다.
그런데 우리나라 지도자의 경우 코트 관리인인지 아랫사람인지 나이어리다고 "어이~ 김 코치, 줄 좀 매줘"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도자 스스로 격을 높여야 하고 지도자로서 대접을 받아야 함에도 아쉽게도 온전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 못하다.
<b>대회 동영상 보기</b>
서초구 35명, 강남구 60여명 정도 테니스 지도자가 있다고 한다.
대회를 5년전 부터 만들어 운영해 온 서초구지도자연합회 유창주 회장은 " 매주 레슨이 없는 수요일마다 모여 의견도 나누고 좋은 것은 공유하고 있다"며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려고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대회도 정례화해서 지도자들의 기량과 선후배, 동료간의 우애를 다지고 있다"
주역에 궁즉통 통즉변 변즉구(窮則通, 通則變, 變則久)라는 말이 있다.
궁리하고 최선을 다하면 통하게 되어있고, 통하게 되면 변하게 되어있고, 변하게 되면 오랫동안 지속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모쪼록 좋은 테니스 소셜 네트워크인 서초구, 강남구지도자연합회 모임들이 잘 되고 있는데 머리를 맞대어 테니스 발전을 위해 궁리하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것이 나올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지도자가 올바로 서지 못해서다.
연구하는 지도자, 변화를 추구하는 지도자,
지도자에게 자극을 주는 지도자와 단체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
이형택 스승인 이종훈 교장의
'고통없이 성과없다(NO GAINS WITHOUT PAINS)'는
2010년 이 땅의 테니스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말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