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

'신용 1등급' 샐러리맨의 카드연체 체험기

형광등이 2008. 3. 3. 09:54
'신용 1등급' 샐러리맨이라도 카드 연체하면…
[조선일보] 2008년 03월 02일(일) 오후 10:51
 
 
'신용 1등급' 샐러리맨의 카드연체 체험기

신용카드 대금 연체는 개인 신용도를 지키기 위해 절대 피해야 할 '1순위'다.
하지만 카드 회원들이 사용하는 신용카드 대금 1만원 중 20~30원꼴은 연체가 되고 있어,
은행의 대출 연체율보다 2배나 높다(지난해 4분기).
과연 신용카드사의 연체 관리는 합리적으로 되고 있는 걸까.
기자가 닷새 동안 신용카드 연체를 체험해 봤다.
결론은 '신용카드사가 무심하다'는 것이었다.
카드사가 조금만 신경 쓰면 카드 연체로 인한 신용도 훼손과
생활 불편을 줄여줄 수 있는데도,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고 있었다.

 

◆경고 없이 사용정지

기자의 신용등급은 총 10개 등급 중 최상위인 1등급.

지난해 3월부터 사용한 A카드의 1월 사용대금 63만4000원을

일부러 입금하지 않고 연체해보았다. 이 카드로는

그동안 매월 30만~40만원 정도를 결제했고,

이전에는 단 한 번도 연체한 적이 없다.


연체 첫날.

하루 종일 연락을 기다렸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지금까지 신용카드사들은 "신용카드 연체가 생기면

바로 고객에게 연락해 불이익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실제 연체를 해보니 아무런 '경고'가 없다.

일부 카드사의 경우, 카드 한도가 차서 결제가 안 되면 이를

콜센터에서 자동으로 접수 받아 1~2분 만에 "한도를 늘려주겠다"는

전화가 온다. 정말 비교된다.


둘째 날. 점심 식사를 하고 카드를 냈는데 결제가 안 됐다.

사전 경고도 없이 카드가 '끊긴' 것이다. 당황스럽다.

지난 10개월간 항상 제때 대금을 내온 고객인데,

연체 하루 만에 카드를 끊다니, '너무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오후 1시48분, 드디어 첫 연락이 왔다.

'[A카드] 결제대금이 지연 중이니 확인 부탁드립니다'는

문자 메시지다. 그런데 얼마가, 어떤 종류의 카드에서,

왜 연체됐는지 아무 내용이 없다. 불친절하기 그지없다.


메시지가 발송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는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뒤져 해당 카드사의 콜센터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콜센터로 전화를 걸어 한참 상담을 한 뒤에야 'XX은행 계좌에

연결된 OO카드에서 63만여원이 연체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체액보다 부족하게 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어떻게 될까.

일단 30만원만 갚아봤다. 여전히 연체인 상태인데도

 다음날까지 아무 연락이 없다. 무성의한 문자 메시지조차 오지 않았다.


 

◆신용도 강등은 '초고속'

셋째 날, 버스를 타는데 '사용이 중지된 카드'라는 안내가 나온다.

 연체 사흘 만에 신용교통카드 기능이 끊긴 것이다.

신용교통카드는 왜 늦게 끊기는지 문의해 보니

"교통카드 운영회사와 (연체) 정보를 주고받는 데 2~3일이 걸린다"는

대답이다.


하지만 연체를 신용도에 반영하는 것은 '번개' 같았다.

넷째 날 오후. 은행에 대출 계약을 하러 갔더니

상담 직원의 표정이 심각하다. "카드 연체가 있으신 걸로 나오는데,

이대로 두면 신용 등급에 안 좋은 영향이 있겠는데요.

대출 금리도 오를 수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개인신용등급관리서비스에서

"회원님의 신용정보가 변동되었습니다"는 이메일이 왔다.

확인해 보니 신용등급이 1등급에서 2등급으로 한 계단 떨어졌다.


한국개인신용(KCB) 관계자는

"평소 신용도 감점 요인이 누적되어 있는 상황에서,

신용카드 연체가 악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2~3 등급씩

떨어지는 경우도 흔한데, 이 정도면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등급 평가사로서는 신용카드 사용자가 돈이 있는데도

실수로 연체한 것인지, 아니면 돈이 없어서 연체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사연이야 어쨌든 일단 연체가 통보되면 '신용도 악화'라는 결론은 똑같다.

 '더 이상 버텼다간 안 되겠다' 싶어 부랴부랴 남은 연체를 해결했다.

 

 

◆'벌' 줄 때만 신용정보 활용?

신용도 1등급에,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데도 연체 하루 만에

 카드가 끊기는 이유가 뭘까. B카드사는

"VIP 고객은 100만원까지는 카드 대금이 연체되어도 한 달까지 봐준다"고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사 카드 이용실적'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다른 카드사나 금융기관에서 쌓은 신용은 안 쳐준다.


뒤집어 말하면, 자사 카드 사용 실적이 적은 연체자는 아무리

개인신용등급이 높아도 즉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회원 개개인이 자기 카드뿐 아니라

 다른 카드·은행·금융기관 거래를 통해 축적된 개인별 종합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연체 관리 때는 이것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KCB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신용정보를

 '벌'을 주는 데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선량한 연체자를 구제하는 데도

사용한다면 카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6일째. 출근길에 신용교통카드를 쓰려 하니 여전히 사용중지다.

불현듯 '교통카드 회사와 연체 정보를 주고받는 데

영업일 기준 2~3일이 걸린다'는 말이 생각났다.

끊긴 교통카드가 회복되는 데도 며칠씩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휴일이 끼어 있으면 다음 영업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설 연휴 전날이었다.

결국 기자는 연휴 기간 내내 A카드의 신용교통카드를 사용하지 못했다.



[정철환 기자 ploma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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