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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잘 섞어야 '만능통장'… "예·적금 짧게 굴리고 펀드는 국내 채권형 유리"

형광등이 2016. 2. 26. 09:38

ISA, 잘 섞어야 '만능통장'… "예·적금 짧게 굴리고 펀드는 국내 채권형 유리"



[Cover Story] 내달 출시 ISA, 전문가들의 투자 어드바이스

투자 수익에 대해 200만원까지 비과세… 원금 손실 싫으면 예·적금 위주로

그래픽= 양인성 기자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얼마 전 인터넷 뱅킹에 접속했다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 예약을 하면 경품을 준다는 안내문을 보고 '신청'을 눌렀다. ISA는 5년 동안 매년 2000만원씩 총 1억원을 투자할 수 있고 이 기간에 발생한 수익에 대해 200만원(연봉 5000만원 이하는 25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는 상품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박씨는 비과세라는 얘기에 솔깃했지만 '만능 통장'이라는 별명처럼 예금·펀드·ELS(주가연계증권) 등 뭐든지 투자할 수 있다는 이 계좌에 무엇을 골라 담아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올해 최고의 금융 '히트 상품'이 되리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는 ISA 출시가 약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ISA를 통해 어떤 상품에 투자해야 가장 유리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자산 관리 전문가들은 만기가 짧은 예·적금을 적절히 활용하되 ISA로만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채권형 펀드나 ELS 등 파생 상품을 섞어 예금보다는 약간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것을 권했다. 특히 계좌를 적어도 5년 동안 유지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여유 자금을 남기지 않고 ISA에 '올인'하지는 말라고 입을 모았다.

예금 만기는 6개월~1년 정도로

ISA도 다른 투자와 마찬가지로 목표 수익률과 성향에 따른 치밀한 포트폴리오를 짤 필요가 있다. '원금 손실은 절대로 싫다'는 사람들은 예금·적금을 선택해 담으면 된다. 이 경우엔 만기를 어느 정도로 가져가는지가 관건인데, 대부분의 전문가는 6개월~1년 정도의 짧은 만기를 권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허창인 이사(WM투자자문부 헤드)는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약간 높기는 하지만 워낙 저금리라 만기 5년을 꽉 채운다 해도 금리가 연 2% 정도이고, 만기가 긴 예금에 투자했다가 혹시라도 중도 해약을 하면 이자를 거의 받지 못할 위험도 있다. 5년 사이에 한국 금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만기를 6개월~1년 정도로 짧게 끊어서 가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 신현조 PB팀장은 "적금에 5년 동안 계속 일정 금액을 넣기보다는 만기 6개월~1년 정도인 적금을 들었다가 만기가 오면 적립액을 예금으로 갈아타는 식으로 복리 효과를 노려봄 직하다"고 말했다.

"펀드 중엔 한국 채권형 펀드가 혜택 많아요"

지나친 위험을 감수하기는 싫지만 좀 더 높은 수익률이 탐난다면 예금 금리보다 1~2%포인트 정도 높은 수익률을 노리면서 원금을 까먹을 위험은 없는 원금 보장 추구형 ELS를 섞는 것도 방법이다.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 안은영 팀장은 "'건전한 분산 투자'라는 ISA의 취지를 고려하면 예·적금에 전부 투자를 하기보다는 ELS를 어느 정도 섞어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ELS의 가장 큰 위험인 녹인(knock-in·원금 손실)을 없앤 대신 기대 수익률을 4% 정도로 약간 낮춘 원금 보장형이나 노(no)녹인 ELSISA 출시에 맞춰 나오면, 예금에 더해 이런 상품을 활용해 조금 더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펀드 중엔 채권형 펀드, 그 중에도 한국 채권형 펀드를 추천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다른 투자를 통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거의 없는 데다 주식형 펀드에 비해 원금 손실 위험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KEB하나은행 김경림 ISA TF팀장은 "어느 정도 위험을 감당할 수 있다면 예금 30%, 한국 채권형 펀드 30~40%, 채권·부동산·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과 지역에 나누어 투자하는 이른바 자산 배분형 펀드 30~40% 정도로 포트폴리오를 짤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는 '비과세 해외 펀드'부터

ISA에 굳이 담을 필요가 없는 상품으론 원래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해선 과세하지 않는 한국 주식형 펀드가 흔히 꼽힌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약간 달랐다. 5년이 되는 시점에 손익 상계(相計·수익과 손실을 더하고 빼서 상쇄함)해서 비과세 액수를 정한다는 ISA의 특성을 감안하면 한국 주식형 펀드가 완전히 불필요하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있었다. 우리은행 신현조 팀장은 "ISA만 있는 유일한 특징이 바로 상계이기 때문에, ISA에 한국 주식형 펀드를 담고 싶은데도 무조건 이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연봉 5000만원이 넘는 경우 예를 들면 5년이 되는 시점에 모든 투자 상품의 수익과 손실을 계산했더니 예금과 채권형 펀드 등에서 250만원 이익이 나고 주식형 펀드에서 50만원 손실이 났다면 250만원에서 50만원을 빼서 비과세 한도인 200만원을 꽉 채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주식형 펀드(해외 상장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ISA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도 있지만, 2월 말에 7년 만에 부활하는 비과세 해외 펀드(3000만원 한도)가 더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시세 차익과 환차익에 대해 모두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ISA는 환차익에 대해선 비과세 혜택이 없다.

ISA에 추천하고 싶지 않은 상품으로는 달러 등 외화 예금과 원유같이 변동성이 큰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 꼽혔다. 국민은행 목동PB센터 공성률 팀장은 "금리가 연 1%도 되지 않는 달러 예금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환차익을 노리는데, 환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이 없는 ISA에 굳이 외화 예금을 담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SC은행 허창인 이사는 "원자재 펀드 등 변동성이 크고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 자주 수익률을 체크해야 하는 투자 상품은 장기·적립식 투자가 유리한 ISA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sk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