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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변, 변비·운동부족 등이 원인 … 대장에 엉겨붙어 독성물질 유발

형광등이 2015. 3. 18. 19:03

문화일보

만성변비 국내 유병률이 16.5%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연령이 증가하면서 발생 빈도도 높아지며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흔하게 증상이 나타난다.

문제는 변비를 방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기능성 식품이나 민간요법으로 치료를 시도하거나, 자극성 완화제가 포함된 변비약을 남용하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그러다 보면 변비가 만성으로 되고, 만성변비는 대장 내 노폐물인 숙변을 초래한다. 숙변은 대장 내 주름 사이에 엉겨붙어서 몇 달이고 배출되지 않는 변을 말한다. 그리고 이 노폐물로부터 독성물질이 전신으로 퍼져 질병을 일으킨다.

그런데 숙변의 존재 유무에 대해선 최근 논란도 많다. 그동안 숙변은 단백질·지방·호르몬·스테로이드 등이 대장에서 완전히 분해되지 못해 생긴 노폐물이 쌓여서 생긴 것이며, 주로 운동이 부족한 사람,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 많다고 여겨졌다.

그리고 숙변이 아랫배가 늘 불편하다는 느낌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발효와 부패과정에서 유해 산소를 만들어내 이러한 물질이 혈액을 통해 신체 각종 장기에 들어가 혈관장애와 간 기능 저하를 일으키고, 여드름이나 기미 등의 피부질환은 물론 두통,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최근 의료계에선 숙변의 존재 유무를 놓고 다른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의학적으로는 숙변이라는 것은 없으며 실제로 장 점막은 미끈미끈한 점액질이라는 물질을 계속 분비하기 때문에 장 점막 융모 사이에 대변이 붙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숙변의 존재를 부인하는 이들은 장 청소를 한 뒤 증상이 호전되는 일이 있더라도 이는 독소를 제거한 결과라기보다는 변비 증상을 완화해 나타나는 효과이고, 반복적인 관장은 장운동 능력이나 점막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삼가는 것이 좋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숙변이 의심되며 그로 인해 파생하는 여러 증상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직접적인 장 청소보다는 변비 해결이 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변비는 의학적으로 배변이 3∼4일에 한 번 미만인 경우로 정의된다.

변비를 해소하기 위해선 원인부터 먼저 파악하는 것이 좋다. 우선 대변을 충분히 만들지 못할 만큼 음식 섭취량이 적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에 변비가 나타날 수 있다. 음식 섭취량이 적으면 대변의 수분함량도 떨어지고 대장 통과시간도 지연된다. 과민성장증후군도 변비를 유발한다. 복통과 변비가 동반되고 배변 후에는 증상이 호전되는 특징이 있다.

대장운동이 약화되어 대장 통과시간이 길어져서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대장암이나 협착 등 기질적 이상에 의해서도 변비가 생기며 당뇨나 갑상선기능저하증도 역시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 변비의 진단은 병력과 신체검사를 한 후 기질적인 질환 여부를 평가하고 운동기능검사를 시행한다.

변비는 생활습관의 변화만으로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특히 바쁜 현대인의 식사에서 섬유소와 수분이 부족한 것이 변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섬유소는 주로 식물성 식품 즉, 거친 곡류나 채소, 그리고 미역, 다시마에 함유되어 있다. 권장되는 식이섬유소의 양은 1000㎉ 당 14g 정도로 하루에 성인은 20~30g 정도다.

한편 섬유소 섭취가 갑자기 증가하면 복부 불편과 팽만, 가스, 복통,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 섬유소 섭취가 적었다면, 점진적으로 서서히 증가시켜야 한다. 섬유소의 섭취 증가와 더불어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 수분은 배변하기 쉬운 부드러운 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하루에 1.5~2ℓ의 수분을 수시로 섭취하도록 하는데, 가급적 보리차, 옥수수 수염차, 생수로 마신다. 아침 공복 시에 마셔도 좋다. 이외에 유산균이 변비나 장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도움말 = 김정호 명지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