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의 아버지 이장근(50)씨는 TV로 아들의 경기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삐죽 빼죽 제멋대로인 이청용의 치열이 눈에 들어와서다. 혹자는 이청용의 덧니가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아버지의 생각은 달랐다. 최근 만난 자리에서 이장근씨는 "원래 나를 닮아 청용이가 고른 치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망가지기 시작했다. 치과에 가보니 '마우스 피스 등 별다른 안전 장치 없이 너무 이를 악물고 축구를 해서 이가 상했다'고 하더라"며 아쉬워했다.
지난달 11일 영국에서 귀국한 이청용은 다음날인 12일 정오 파주NFC에 들어갔다가 다음날 휴가에 맞춰 가장 먼저 치과를 찾았다. 치열이 어긋나고 이가 썩어 통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청용의 나쁜 치열은 부모 입장에서는 당연히 속상할 만한 일이다. 이청용이 축구를 하며 가장 많이 부모님의 가슴을 아프게 한 것도 치열이다. 그런데 이 말은 역설적으로 이청용이 부모님의 속을 썩힌 일이 거의 없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이장근씨는 요즘 "청용이가 이렇게 축구를 잘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주위에서 많이 받는다. 그때마다 그는 답답함을 느낀다. "비결이라는 게 있다면 모든 선수가 훌륭하게 성장할 것 아닌가. 재능을 타고나야 하고 노력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청용이 같은 경우는 좋은 스승을 적재적시에 만나는 등 운이 많이 따른 것 같다"는 교과서적인 답변만을 되풀이할 뿐이다.
◇"청용이요? 혼자 알아서 잘 컸어요"
이청용은 집에서 별로 축구 얘기를 하지 않는다. 가족도 이청용에 축구 얘기는 묻지 않는다. "본인이 축구에 대해 제일 전문가인데, 문외한인 가족이 할 말이 없다"는 게 아버지의 설명이다.
이청용의 아버지나 어머니 박미애(48)씨는 이청용의 뒷바라지로 애를 먹은 기억이 별로 없다. 고액 과외를 받아 공부잘하는 학생이 있고, 교과서 위주로 혼자 서도 공부잘하는 학생도 있다면 이청용은 후자 스타일이었다. 이장근씨는 "청용이가 운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전문적인 프로 선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본인이 좋아서 시작했고, 가족도 모두 각자의 생활이 있었기 때문에 뒷바라지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심지어 이청용의 학창 시절 축구장에 가본 기억도 별로 없다. 다른 '사커맘', '사커대디'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이청용이 중학교 3학년 때 학교를 자퇴하고 K리그 서울에 입단하겠다는 결심을 밝혔을 때도 이장근씨는 이틀의 고심 끝에 "너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면 한번 해보라"며 흔쾌히 수락했다. 이후에도 이청용은 혼자 알아서 커갔다. 이청용의 '사춘기'도 언제였는지 가족은 모른다. 부모님 말에 반항하는 '질풍노도의 시기'가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은 탓이다. 부모는 "특별히 청용이 때문에 마음고생을 해본 기억이 없다. 사춘기가 언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최근에야 여자친구를 사귀게 됐으니 요즘이 사춘기 아닐까"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가족이 이청용에 무신경한 것은 아니다. 1남 1녀의 이청용 가족은 누구 못지 않게 오붓하다. 다만 서로간에 말없는 신뢰가 있을 뿐이다. 이청용은 가족 중 여동생 은영(19)씨와 특히 친하다. 여동생은 영국 볼턴에서 오빠와 함께 머물며 어학연수 중이다. 여동생이 옆에만 있으면 이청용의 장난기가 끊임없이 발동된다. 부모 입장에서는 여동생이 식사 시간에 이청용 때문에 웃다가 행여 밥이 목에 걸릴까 걱정할 정도다. 어머니가 차려주는 따뜻한 밥은 이청용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청용이가 월드컵에서 도움 많이 했으면 좋겠다"
이번 월드컵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바라는 점은? 이장근씨는 "이번 월드컵에서 청용이가 도움을 많이 기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유가 걸작이었다. "청용이는 골을 잘 못 넣으니까. 자기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걸 잘해야 할 것 같다." 이장근씨는 "청용이가 요즘 골을 자주 넣긴 하지만 시원하게 넣은 적은 별로 없다. 하늘이 모든 재능을 한꺼번에 주진 않더라"라며 웃었다.
이청용은 중학교 동창과 1년여전 부터 연애를 시작했는데, 이장근씨도 함께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이장근씨는 "본인들만 좋다면 결혼을 최대한 빨리 시킬 생각이다. 아직 청용이 여자친구 부모와는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며 "평범하고 무난한 성격을 지닌 여성이라면 며느리로 OK다. 서로 마음에 들어한다면 부모가 간섭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지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