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얘기

박근혜의 선택(죽어가는 사자와 박정희의 눈물)

형광등이 2013. 1. 25. 15:40

박근혜, 죽어가는 사자와 박정희의 눈물은...
<칼럼>조국 위해 죽어간 스위스 용병과 조국 위해 몸 바친 파독 광부들
대선 공약 이행도 중요하지만 나라를 흔들리게 만들어선 의미 없어
이의춘 편집국장 jungleelee@naver.com | 2013.01.25 11: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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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호수도시 루체른의 옛 시가지 빙하공원.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바위에 새겨진 사자상을 보고 발길을 멈추게 된다. 갈기가 무성한 숫사자가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이른바 <빈사(瀕死)의 사자상>이다.

이 사자는 1792년 프랑스 혁명 당시 국와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가 살던 튈르리 궁전을 지키던 786명의 스위스용병을 상징한다. 프랑스 근위대는 혁명군이 몰려오자 저항을 포기하고 대부분 도망치거나 무장해제를 당했다. 하지만 스위스 용병은 끝까지 싸우다 장렬한 죽음을 선택했다.

혁명군에게 항복하면 스위스와 국민의 신뢰, 신의가 추락한다는 이유에서다. 스위스는 지금은 세계 최고의 선진복지국가다. 하지만 중세와 근세까지만 해도 척박한 땅에 자원도 변변한 게 없어 빈곤한 국가였다. 생계유지가 어려운 젊은이들은 프랑스 등 인근국가로 나갔다. 튈르리 궁전을 지킨 스위스용병들도 마찬가지였다.

786명의 용병들은 조국을 위해, 또 조국의 후세들을 위해 희생했다. 견리사의(見利思義)의 표본이었다. 대의를 위해 자신들의 한 몸을 던진 것이다. 가톨릭 교황이 거처하는 바티칸을 지키는 수비대도 스위스 용병이 맡고 있다. 그만큼 스위스사람들은 믿음과 신뢰, 신의의 상징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복지공약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총 252개에 달하는 복지공약을 실현하는 데 소요되는 135조원을 5년간 조달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박 당선인은 이들 공약은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정책들이며, 해보지도 않고 벌써부터 출구전략 운운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며 반드시 실천에 옮기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신의와 신뢰의 행보를 걸어온 박 당선인으로서는 복지공약 실천을 다짐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본격적인 증세(增稅)없이 5년간 135조원을 조달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재원 조달계획을 보면 예산절감 및 세출구조조정에서 71조원, 비과세감면 축소 등 세제개편으로 48조원, 복지행정 개혁으로 11조원, 지하경제양성화 등으로 5조원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예산 절감과 세출구조조정의 경우 역대정부마다 과감한 예산절약을 했지만 기껏해야 1조~2조원을 줄이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탁상공론에 그칠 수 있다. 예산 중에는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경직성 예산이 워낙 많다. 이는 특단의 세출구조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올해 예산 342조원 가운데 지방이전 재원, 공적 연금 등 정부가 손을 댈 수 없는 예산만 162조원이나 된다.

이명박 대통령도 5년내내 재량지출 10%줄이기를 강조했지만, 고작 1~2% 줄이는 데 그쳤다. 물론 방법은 있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 예산 동결같은 극단적 처방을 내리거나, 국방 교육 과학이나 사회간접자본 등의 지출항목을 아예 통째로 없애는 것이다. 예산을 매년 동결하면 10조원가량을 매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지금같은 불황기에다 대규모 복지공약 실천을 해야 하는 상황에선 불가능하다.

비과세및 감면 축소도 뜨거운 감자다. 매년 30조원에 이르는 비과세 감면액의 60%가 중소기업, 농어민 등 사회적 약자와 서민 몫이기 때문이다. 여야의원들도 비과세 감면을 대폭 줄일 경우 차기 선거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비과세 감면을 유지하기위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여의도 국회주변을 기웃거리면서 로비스트 행세를 하고 있다.

이들 로비스트들이 이해집단을 대변해 정치권을 압박하는 것도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정치인들이 이들 로비스트들로 인해 먹고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부가 매년 비과세감면 법안을 제출해도 여야는 오히려 이를 증액하는 등 거꾸로 행태를 보여왔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비과세 감면 정비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오히려 6개나 늘었다.

박 당선인은 대선공약을 통해 저소득근로자 가구에 대한 근로장려금을 세금환급 형태로 돌려주는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하고, 국세 성실납세 중소기업인에 대한 국세감면 혜택을 주는 13개의 비과세감면 공약을 제시했다. 당선인도 비과감면을 늘리겠다고 하면서 이 분야에서 5년간 41조원이나 줄이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여기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를 올해 한시적으로 감면하는 법안도 1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비과세 감면을 줄일 경우 서민경제 활성화에도 역행하는 무리수가 될 수도 있다.더 큰 문제는 252개 복지공약에 필요한 소요재원이 당선인 켐프에서 추산하는 것보다 훨씬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암 뇌혈관 심혈관 희귀질환 등 4대 중증질환 진료비를 국가가 모두 부담하는 공약의 경우 새누리당은 2014~2017년 4년간 6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보건사회연구원은 이보다 16조원이 더 많은 21조8,6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당선인측의 추산보다 무려 3.5배나 더 많다.

보건사회연구원은 4대 중증질환 무료 진료와 기초연금 도입, 기초생활보장 확대 등 보건복지분야의 3대 복지공약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재정은 총 77조5,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당선인 켐프가 제시한 34조5,000억원의 두배가 넘는 수치다.

더욱이 무상보육과 일자리 확대, 장애인 지원, 노인 복지 등 7대 복지공약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매년 평균 26조 4,000억원 등 총 105조원이 더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복지정책은 한번 시행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현금이나 바우처를 주다가 재정문제로 지원을 중단하면 민심이 되레 나빠질 수 있다. 복지는 실천가능성을 따져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재정이 감내할 수 있는 한도안에서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박 당선인의 복지공약을 전부 실천하기위해선 증세가 불가피하다. 사실상 증세는 시작됐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되는 이자 배당소득이 종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대폭 낮아졌다. 대기업의 법인세 최저한세율도 인상돼 사실상 세금 부담이 늘었다.

이 정도의 간접증세로는 복지공약 재원을 조달하는 데 코끼리 비스킷에 불과하다. 증세의 방향은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은 신중히 하되, 부가세는고려할 만하다.

세계 각국도 이같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법인세는 세율을 인상하지 않는 대신 오히려 낮추는 게 대세다. 조세경쟁력 강화를 통한 국내외 기업의 투자 촉진을 위해서 법인세율을 경쟁적으로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이나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등도 법인세만큼은 낮추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인세율을 낮추면 투자가 늘어나고, 이는 경기를 활성화시켜 소득증가와 성장활력 등의 선순환을 가져온다.

북유럽의 에스토니아는 법인세를 아예 폐지했다. 기업투자를 획기적으로 활성화하려는 취지다.

부가세만큼 효율적인 세원은 없다. 모든 거래에 대해 부과한다는 점에서 세금을 거두기 쉽고, 세원조달 규모도 엄청나다. 현재 10%인 부가세를 2%포인트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소득세를 올릴 경우 재원조달규모는 얼마 되지 않으면서 중산층의 대거 이탈 등의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다. 사실 우리가 복지국가의 모델로 부러워하는 스웨덴의 부가세는 무려 25%나 된다. 전국민이 많이 내는 만큼 복지혜택도 많다. 고부담 고복지국가인 셈이다.

◇ 1964년 12월 7일 본 공항에 도착한 박정희 대통령과 뤼브케 대통령이 환영식에 나란히 선 모습. ⓒ 국가기록원

우리는 아직 저부담 저복지 국가다.

그런데 정치권이나 일부 좌파학자들은 국민들이 내야 할 세부담은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혜택만 강조한다. 달콤한 마약을 파는 것에 불과하다.

정치권을 보면 우리의 복지 증세는 거꾸로 가고 있다.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부자증세를 명분으로 법인세부터 올리고, 그 다음에 소득세를 올리겠다는 발상을 갖고 있다. 부가세에 대해서는 언급하길 기피하고 있다. 부가세의 경우 부자나 서민이나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거래에 대해 내는 간접세이다. 그래서 소득역진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정치권은 이를 우려하는 것같다.

본격적인 증세가 민심이반 문제로 쉽지 않고, 국민적 갈등만 불거진다면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모든 공약을 반드시 실천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라 곳간을 감안해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부터 우선 실천하는 것이다. 재정이 감당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궤도수정을 하거나, 수혜계층을 줄이는 등의 용단을 내려야 한다.

보편복지보다는 선별복지 등으로 가야 한다. 세부담이 적은 나라가 갑자기 부담은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고복지국가로 점프를 할 수는 없다. 현재의 우리나라 재정과 경제체력을 감안하면 저부담 저복지에서 저부담 고복지로 갈 게 아니다. 중부담 중복지가타당하다.

국채를 발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재정적자 확대는 재정건전성을 해치는 데다,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국채발행 확대는 우리들의 복지잔치를 위해 빚부담을 후세들에 전가시키는 것이다. 무책임한 행태다.

재정건전성은 국가신용도를 유지하는 데 절대적으로 긴요하다. 우리나라가 각종 위기를 겪을 때마다 오뚝이처럼 부활한 것도 재정이 튼튼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국채비율은 33.6%로 양호한 수준이다. 예산관료들은 역대정권마다 국채비율 30%대를 마지노선으로 여겨 이를 수호하는 데 전력투구했다. 정권의 압력이 거셀 때도 30%마지노를 지키기위해 똘똘 뭉쳤다.

미국이나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은 국가부채비율이 높아지면서 국가신용등급이 줄줄이 추락했다. 국채를 늘리는 것은 이런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당선인 측이 작성한 복지재원 조달방안은 다소 낙관적이다. 복지분야 학자들이 자기네 성에 갇혀서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공약내용은 좋지만, 재원 조달을 감안하지 않은 게 문제다. 복지도 복지학자만이 아닌 재정전문가, 재정학자가 주도해야 한다. 나라 예산은 한정돼 있는 데, 이를 복지분야로만 치중하면 다른 분야는 대폭적인 삭감 내지 감축이 불가피하다.

나라 살림살이는 결국 재원분배의 문제로 귀착된다. 복지만 폭주할 경우 다른 분야는 손을 놓아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지재원조달 방안도 자기것만 보는 복지학자에게 맡기지 말고, 재정을 전체적으로 볼 줄 아는 재정전문가에 맡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상복지의 후유증은 이미 지자체의 무상급식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 등 지차제마다 무상급식을 제공키로 하면서 정작 학생들에게 필요한 화장실 개보수나, 교실 책상 교체, 학교폭력을 예방하기위한 보안요원 배치 등이 줄줄이 차질을 빚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정된 재원을 급식비에 집중 배정하다보니 다른 예산은 줄줄이 칼질이 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박 당선인 측에서 출구전략을 주도할 수는 없다. 신정부가 출범도 하기전에 공약을 수정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무엇인가? 복지공약 실천을 위한 국민통합위원회를 구성해서 충분한 숙의와 토론을 거치게 해야 한다. 이곳에서 난상토론을 벌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한 다음에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복지정책의 대안을 수렴하면 된다.

박 당선인은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 국민위원회의 건의형식을 수용해서 복지공약을 차근차근 실현하면 된다.

국민들도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공약 100% 믿고 표를 준 것은 아니다. 그에게 표를 몰아준 것은 복지공약외에도 온건한 재벌정책, 안보, 보수의 정체성 등 여러 요인이 있다.

복지공약의 경우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는 확대하고, 보육 교육 간병 4대 중증질환 치료비 전액 국고지원 등 사회서비스는 선별적으로 확충해 나가야 한다. 반면 대규모 재원이 소요되는 노인연금,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등은 완급을 가려서 추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고수준의 저출산 고령화로 현재의 복지정책을 실현하는 데도 2050년이면 국가부채비율이 남유럽수준으로 악화할 것이라며 경고음을 내보내고 있다.

일본 민주당의 몰락은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일본 민주당은 2009년 어린이수당 신설, 고속도로 무료통행, 휘발유세 폐지 등으로 228조원의 복지공약을 내걸고 총선에서 압승했다. 그러나 집권하자마자 재원 부족을 이유로 대부분을 이행하지 못했다. 국민들에게 사과하기 바빴다. 일본 국민들은 민주당의 식언에 분노했다. 그 결과 12월에 치러진 총선에서 아베 신조가 이끄는 극우 자민당이 압승하고, 민주당은 참패했다.

박근혜 당선인측은 모든 공약을 이행하려는 조급증을 지양해야 한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강제로 집어넣으려는 것을 피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64년 서독을 방문 중 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함보른 탄광을 찾아갔다. 돈을 벌기위해 지하 막장에서 채탄작업중인 우리 광부들을 만나기위해서였다. 박대통령이 현장의 강당을 찾았을 때 얼굴에 새까만 탄이 묻은 광부들과 간호사들이 모여들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애국가가 울리는 동안 박대통령, 육영수 여사는 물론 수행원, 광부 간호사들 모두가 울었다. 눈물바다였다.

박 대통령은 “우리 후손들을 위해 열심히 일합시다”고 강조했다. 광부들은 뤼브케 서독대통령에게 큰 절을 올리며 “우리 열심히 일할테니 한국을 도와주십시오”라고 사정했다. 광부들의 눈물어린 호소에 감동한 뤼브케 대통령은 역시 눈물을 흘리며 “한국을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간호사들도 시체처리, 중환자 대소변 받아내기 등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광부와 간호사들이 보낸 송금은 한국 산업화의 소중한 밑천이 됐다. 한국의 산업화는 선배들의 피땀어린 희생과 땀의 결실로 이루어졌다.

스위스 용병들도 죽어가는 고통속에서도 조국과 후세들을 위해 끝까지 프랑스 튈르리궁전을 지켰다.
우리 세대들의 만족과 식탐을 위해 나라재정을 낭비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우리는 아직 배가 고프다. 이제 겨우 국민소득 2만달러국가에 진입했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4만달러의 선진부국으로 쉼없이 달려가야 한다.

복지도 성장친화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성장을 도외시한 복지만으론 성장과 투자 일자리 창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 성장동력을 확충하여 자연적으로 세수가 증가하도록 힘써야 한다.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재정지출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잠재성장률을 1%포인트만 높여도 연간 13조원의 추가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일본 민주당처럼 공약의 저주에서 벗어나도록 복지공약을 재점검해서 합리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박당선인은 산업화에 심혈을 기울인 선친의 최종 꿈은 복지국가 건설에 있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근혜 복지공약은 선친의 꿈을 이루려는 의지의 발로다. 하지만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가난한 사람만 돕는다고 했다. 공자는 “군자는 곤궁한 사람을 도와주고 부자에게는 보태 주지 않는다고 들었다”고 했다.

나라 곳간을 채워가면서 국민들의 행복과 복지를 추구해야 한다. 252개의 복지공약을 다 실현하려다간 곳간이 남아나지 않을 수 있다. 재건건전성을 지키면서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렇잖아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이 2050년이면 세계1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것도 2009년까지의 복지실적을 근거로 한 것이다. 사회복지 지출비중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대비 9.4%에서 2020년 15.4%, 2030년 25.8%, 2050년에는 41.5%로 급증하게 된다고 추정했다.

저출산에 급속한 고령화로 연금 의료비 등 노령 보건분야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대선 당시 내건 복지공약을 다 실천하려다간 복지지출 세계 1위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복지를 확대해야 하지만, 노인복지의 경우 연금 등 돈으로 주는 것은 줄이면서 일자리지원에 더 치중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더구나 우리는 미완의 과제가 있다. 바로 남북한 통일이다. 통일이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도둑처럼 올 수 있다. 독일 통일이 그렇다. 독일은 그래도 재정이 충실해서 통일 이후의 비용을 감당했다. 하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통일에 대비해서 재정을 튼실히 쌓아야 한다. 새도 깃털이 자라지 않으면 높이 날 수 없다. 국가적 과제인 통일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재정에 대한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보편복지로 위장된 퍼주기 복지 선동가들에게 속아서는 안된다. 약속은 생명과도 같다. 하지만 재정악화의 싹이 자라기 전에 이를 제거하지 않으면 차후에 큰 화를 당하게 된다. 싹이 돋아날 때 베지 않으면 결국 도끼를 써야 한다.

박근혜 당선인의 국민행복, 생애주기별 맞춤행복, 복지국가 건설은 국민 모두의 공감을 얻고 있다. 대선 공약을 최대한 실행하고, 지키는 것은 신뢰와 신의를 위해 필요하다.

모든 공약을 다 지킬 수는 없다. 재정전문가들은 이를 모조리 지키려다가는 남유럽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복지전문가들의 말만 듣지 말고, 한정된 재원배분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재정전문가들의 말을 더 많이 들었으면 한다. 많이 듣고 삼가면 국정 수행상에 실수가 적게 된다. 번지르한 말, 달콤한 말은 나라를 망칠 수 있다. 복지학자들의 무성한 복지천국론은 재정을 감안하지 않는 것들이다. 깃털도 쌓이면 배를 가라앉힐 수 있다. 그 많은 복지공약을 다 실행하려다가는 재정이 침몰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데일리안 = 이의춘 편집국장 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