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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SM3 전기차 "가솔린과 별 차이 없네"
형광등이
2012. 6. 18. 07:01
[시승기]SM3 전기차 "가솔린과 별 차이 없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르노삼성의 전기차 SM3 Z.E. ⓒ데일리안
최신 기술을 적용한 자동차에게 있어 "기존 일반 자동차와 별 차이가 없다"는 평가는 엄청난 굴욕이다. 더구나, 가격이 동급 차량보다 월등히 비싼 차량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내연기관 없이 100% 전기모터로만 구동하는 전기 자동차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모든 자동차 회사들의 친환경 기술의 지향점으로, 운행 과정에서 탄소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전기차의 장점은 익히 알려졌지만, 기존 내연기관 차량만큼의 성능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신뢰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전기 자동차에게 있어 "기존 일반 자동차와 별 차이가 없다"는 평가는 최고의 찬사라고 할 수 있다.
르노삼성의 준중형 세단 SM3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전기차 'SM3 Z.E.'는 그런 찬사를 받기에 충분한 차량이다. 시승 결과 내연기관 차량과의 이질감은 크지 않았고, 동력성능도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구동소음 전무…풍절음·노면소음 상대적으로 부각
시승 코스는 서울 봉래동 르노삼성 서울사무소에서 경기도 고양시 신원동에 위치한 레스토랑 플랜테이션까지 왕복 약 40여km 구간으로, 차량 정체와 신호대기가 많은 시내 도로와 고속 주행이 가능한 자유로까지 포함된 코스였다.
전기차의 특성은 시동을 켜는 순간부터 확연히 느껴진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시동음 없이 조용히 계기판에 불만 들어온다. 주행시에도 동력 기관에서 나오는 소음은 거의 없다. 출력을 높일 때 잠시 '위이이잉' 하는 모터 구동음이 희미하게 들릴 뿐이다.
엔진 소음이 없는 특성상 보행자가 차량 접근을 알아챌 수 없어 사고 위험이 크다는 점은 전기차의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기아자동차의 전기차 '레이 EV'의 경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피커를 통해 인위적으로 엔진 소음을 내는 장치를 장착했지만, SM3 Z.E.에는 그런 장치가 없다. 향후 국내 양산 모델에는 추가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엔진 소음이 없다고 아무런 청각적 자극 없이 운행이 가능한 건 아니다. 오히려 엔진 소음이 사라지니 고속주행시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
이같은 점을 고려해 SM3 Z.E.에는 엔진룸의 경우 흡음재나 방음재 장착을 생략한 대신, 트렁크 내부 등 외부 소음이 유입되는 부분에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국내 양산 모델에서는 좀 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 SM3 Z.E. 엔진룸. 가운데 회색 부분이 전기모터다. 엔진 소음이 없어 후드 내부 커버 등 방음장치가 장착되지 않았다. ⓒ데일리안
가솔린·디젤 압도하는 초기 응답성능…변속충격 없어
주행 범위를 시내 도로만으로 한정한다면 SM3 Z.E. 운전자는 다른 내연기관 차량들을 압도하며 달릴 수 있다.
신호대기나 정체 등으로 차량을 멈췄다 움직일 때 옆 차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튀어나간다. 그 덕에 추월이나 차선 변경시 운전 재미가 쏠쏠했다.
정지 상태에서 차를 움직이는 초기 응답성능이 우수한 전기차의 특성 덕이다. 엔진 회전수(rpm)가 일정 수준으로 올라가야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내연기관 차량과는 달리 전기차는 저속에서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SM3 Z.E.의 최대토크는 226Nm로, 경차 레이 EV(167Nm)보다 월등하다. 가솔린이나 디젤 엔진과 같은 방식으로 환산하면 23kg·m로, 준대형차에나 사용되는 6기통 2.5ℓ급 엔진에 필적한다. 르노삼성의 준대형 세단 SM7 2.5ℓ V6의 최대토크는 24.8kg·m다.
자유로에서의 고속주행도 무리가 없었다. 가속력이나 고속주행 안정성도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떨어진다는 느낌은 없었다. 시속 100km까지 부드럽게 올라갔고, 안정적으로 고속을 유지했다. 최고 속도는 135km/h지만, 이는 안전을 위해 한계를 둔 것으로, 실제로는 150km/h까지 나온다고 한다. 국내 교통법규상으로는 이정도면 충분하다.
속도를 높일 때 변속 충격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엔진의 몇 배에 달하는 회전수(rpm)를 내는 전기모터에 감속기를 달아 필요한 만큼의 힘만 동력계통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애초에 기어 단수를 조절하는 변속기가 없다 보니 변속 충격이 있을 리 없다.
◇ 배터리를 충전 중인 SM3 Z.E. 르노삼성 서울사무소가 위치한 HSBC 빌딩 지하 4층 주차장에 충전기가 마련돼 있다. ⓒ데일리안
가속페달서 발 떼니 속도 급격히 줄어…배터리 리차징
다만, 주행시 더 이상의 가속이 불필요한 상황에서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속도가 빠르게 줄어들어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힘들다. 관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아니라 내연기관 차량에서 기어 단수를 낮춰 엔진브레이크를 건 것처럼 저항이 생기는 느낌이다. 주행거리를 연장하기 위한 배터리 리차징(Recharging) 기능 때문이다.
SM3 Z.E.는 전기차로서는 비교적 큰 덩치를 지니고 있다. 기아차 레이 EV와 비교하면 두 체급이나 위다.
큰 차체는 실내공간 넓이 등 편의성 면에서 장점을 제공하지만, 아직 배터리 기술이 충분히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큰 차체는 기술적인 핸디캡이 된다. 무거운 차체를 움직이기 위해 출력을 높이면 배터리 소모가 빠르고, 이는 내연기관의 '연비'에 해당하는 '1회 충전 주행거리' 손실로 이어진다.
르노는 이 핸디캡을 만회하기 위해 배터리 리차징 기술을 적용했다. 하이브리드카에 적용된 배터리 충전 기능과 같은 식으로, 감속이나 정지시 운동에너지로 충전기를 돌려 배터리를 채우는 기술이다.
다만, 배터리 리차징시 저항이 걸리는 느낌은 토요타나 혼다의 하이브리드카보다 SM3 Z.E.가 더 강한 듯하다. 그동안 시승해본 하이브리드카들은 SM3 Z.E.처럼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다고 속도가 확연히 줄어드는 느낌은 없었다.
배터리 리차징에 많은 공을 들인 덕에 SM3 Z.E.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경쟁차종에 비해 긴 편이다.
SM3 Z.E.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도심 182.6km, 고속도로 168.5km, 복합 176.2km로, 더 작고 가벼운 차체를 지닌 레이 EV(139km)보다도 월등하다.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고속도로보다 도심에서의 에너지효율이 더 좋은 이유는 정차시 공회전에 따른 에너지 소모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정체구간이 많을 경우 관성에너지를 날려버리는 것은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르노삼성의 전기차 브랜드 관리를 담당하는 윤동훈 EV 브랜드 매니지먼트팀장은 "내연기관 차량 이상으로 SM3 Z.E.도 운전 습관에 따라 에너지효율이 크게 달라진다"며, "테스트 결과 경제운전을 하면 1회 충전 주행거리가 230km까지 나오기도 하지만, 나쁘게는 100km정도밖에 안 나온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 SM3 Z.E. 트렁크 내부. 배터리 장착 공간 때문에 트렁크 용량이 작은 편이다. ⓒ데일리안
조작방식 가솔린 모델과 동일…트렁크 공간은 배터리에 양보
전반적인 조작감은 내연기관 차량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SM3 가솔린 모델을 운전하는 느낌이었다. 스티어링 휠이나 가속페달, 브레이크 페달, 기어노브 등 전체적인 배치나 조작 방식이 가솔린 차와 동일하다.
실내공간도 마찬가지다. 준중형 중에서도 넓은 편인 SM3의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르노삼성은 이를 앞세워 양산 판매시 '국내 최초 준중형급 순수 전기차'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외관상의 길이는 13cm가량 늘었지만, 실내공간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배터리 장착을 위해 C필러(2열 좌석 측면 글라스와 후면 글라스 사이의 기둥) 뒤쪽을 늘렸다.
트렁크 공간에서는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전장이 확대됐음에도 불구, 배터리 장착 공간은 트렁크의 상당 부분을 잡아먹는다. 기존 가솔린 모델 트렁크 공간의 절반도 안 되는 크기다. 골프백을 겹쳐 쌓아도 2개가 겨우 들어갈까 말까 해 보인다.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좋은 점이라고도, 나쁜 점이라고도 할 수 없는 전기차 특유의 특성도 있다. 우선 에어컨과 히터를 작동할 때 에너지 소모량이 다르다.
내연기관 차량의 경우 히터 작동시에는 에너지 소모가 크지 않지만, 에어컨을 작동할 때는 연비가 급격히 저하됨은 물론 동력성능에 지장을 줄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하지만 전기차는 에어컨보다 히터 작동시 에너지 소모가 더 크다. SM3 Z.E.의 경우 에어컨은 전체 전력의 15%, 히터는 17% 정도를 소모한다고 한다.
후진시에도 전진과 같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전기차의 특성이다. 플러스·마이너스 전극만 바꾸면 전후 구동이 전환되니 이론적으로 후진시에도 최고속도를 낼 수 있다.
다만, 후방 시야가 확보된 곳에서 시험해본 결과 SM3 Z.E.는 후진으로는 135km/h의 최고속도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어노브를 후진으로 놓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지만 30km/h에서 속도계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안전을 위해 락(Lock)을 걸어놓은 듯 하다.
◇ SM3 Z.E. 뒷모습. 가솔린 모델에 비해 트렁크 도어와 뒷유리 사이의 검은 부분 만큼 길이(13cm)가 늘었다. ⓒ데일리안
2세대 모델 2013년 하반기 출시…LG화학 배터리 장착
이번 시승 모델은 프랑스 르노 본사에서 개발해 터키 공장에서 생산한 것으로, 유럽 환경에 맞춰 세팅된 모델이다. 1세대 모델의 특성상 개선점이 많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국내 부산 공장에서 2세대 모델을 생산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할 예정으로, 이때 생산되는 모델은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을 국산으로 대체하고, 각종 튜닝도 국내에서 테스트 드라이브 결과를 토대로 국내 상황에 맞춰 조정할 방침이다. 노면소음이나 풍절음 등 기존 모델에서 발견되는 문제점도 개선된다.
특히, 배터리는 1세대 모델의 경우 AESC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장착했지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2세대 모델은 LG화학 제품을 사용한다. AESC 제품은 급속충전이 불가능하지만, LG화학 제품은 급속충전이 가능한 게 가장 큰 차이다. 또, 겨울과 여름철 온도 변화에 따른 주행거리 감소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배터리 팩 내에 히팅 및 쿨링 시스템을 장착할 예정이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르노삼성은 2세대 모델의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기본적인 차량 성능은 1세대 모델로도 충분히 입증됐다고 평가할 만하다.
SM3 Z.E.는 전기차가 미래 기술이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충전소 등 인프라만 갖춰진다면 실생활에서 아무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 차량이었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 Copyrights ⓒ (주)이비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최신 기술을 적용한 자동차에게 있어 "기존 일반 자동차와 별 차이가 없다"는 평가는 엄청난 굴욕이다. 더구나, 가격이 동급 차량보다 월등히 비싼 차량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내연기관 없이 100% 전기모터로만 구동하는 전기 자동차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모든 자동차 회사들의 친환경 기술의 지향점으로, 운행 과정에서 탄소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전기차의 장점은 익히 알려졌지만, 기존 내연기관 차량만큼의 성능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신뢰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전기 자동차에게 있어 "기존 일반 자동차와 별 차이가 없다"는 평가는 최고의 찬사라고 할 수 있다.
르노삼성의 준중형 세단 SM3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전기차 'SM3 Z.E.'는 그런 찬사를 받기에 충분한 차량이다. 시승 결과 내연기관 차량과의 이질감은 크지 않았고, 동력성능도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구동소음 전무…풍절음·노면소음 상대적으로 부각
시승 코스는 서울 봉래동 르노삼성 서울사무소에서 경기도 고양시 신원동에 위치한 레스토랑 플랜테이션까지 왕복 약 40여km 구간으로, 차량 정체와 신호대기가 많은 시내 도로와 고속 주행이 가능한 자유로까지 포함된 코스였다.
전기차의 특성은 시동을 켜는 순간부터 확연히 느껴진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시동음 없이 조용히 계기판에 불만 들어온다. 주행시에도 동력 기관에서 나오는 소음은 거의 없다. 출력을 높일 때 잠시 '위이이잉' 하는 모터 구동음이 희미하게 들릴 뿐이다.
엔진 소음이 없는 특성상 보행자가 차량 접근을 알아챌 수 없어 사고 위험이 크다는 점은 전기차의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기아자동차의 전기차 '레이 EV'의 경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피커를 통해 인위적으로 엔진 소음을 내는 장치를 장착했지만, SM3 Z.E.에는 그런 장치가 없다. 향후 국내 양산 모델에는 추가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엔진 소음이 없다고 아무런 청각적 자극 없이 운행이 가능한 건 아니다. 오히려 엔진 소음이 사라지니 고속주행시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
이같은 점을 고려해 SM3 Z.E.에는 엔진룸의 경우 흡음재나 방음재 장착을 생략한 대신, 트렁크 내부 등 외부 소음이 유입되는 부분에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국내 양산 모델에서는 좀 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 SM3 Z.E. 엔진룸. 가운데 회색 부분이 전기모터다. 엔진 소음이 없어 후드 내부 커버 등 방음장치가 장착되지 않았다. ⓒ데일리안
가솔린·디젤 압도하는 초기 응답성능…변속충격 없어
주행 범위를 시내 도로만으로 한정한다면 SM3 Z.E. 운전자는 다른 내연기관 차량들을 압도하며 달릴 수 있다.
신호대기나 정체 등으로 차량을 멈췄다 움직일 때 옆 차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튀어나간다. 그 덕에 추월이나 차선 변경시 운전 재미가 쏠쏠했다.
정지 상태에서 차를 움직이는 초기 응답성능이 우수한 전기차의 특성 덕이다. 엔진 회전수(rpm)가 일정 수준으로 올라가야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내연기관 차량과는 달리 전기차는 저속에서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SM3 Z.E.의 최대토크는 226Nm로, 경차 레이 EV(167Nm)보다 월등하다. 가솔린이나 디젤 엔진과 같은 방식으로 환산하면 23kg·m로, 준대형차에나 사용되는 6기통 2.5ℓ급 엔진에 필적한다. 르노삼성의 준대형 세단 SM7 2.5ℓ V6의 최대토크는 24.8kg·m다.
자유로에서의 고속주행도 무리가 없었다. 가속력이나 고속주행 안정성도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떨어진다는 느낌은 없었다. 시속 100km까지 부드럽게 올라갔고, 안정적으로 고속을 유지했다. 최고 속도는 135km/h지만, 이는 안전을 위해 한계를 둔 것으로, 실제로는 150km/h까지 나온다고 한다. 국내 교통법규상으로는 이정도면 충분하다.
속도를 높일 때 변속 충격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엔진의 몇 배에 달하는 회전수(rpm)를 내는 전기모터에 감속기를 달아 필요한 만큼의 힘만 동력계통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애초에 기어 단수를 조절하는 변속기가 없다 보니 변속 충격이 있을 리 없다.
◇ 배터리를 충전 중인 SM3 Z.E. 르노삼성 서울사무소가 위치한 HSBC 빌딩 지하 4층 주차장에 충전기가 마련돼 있다. ⓒ데일리안
가속페달서 발 떼니 속도 급격히 줄어…배터리 리차징
다만, 주행시 더 이상의 가속이 불필요한 상황에서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속도가 빠르게 줄어들어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힘들다. 관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아니라 내연기관 차량에서 기어 단수를 낮춰 엔진브레이크를 건 것처럼 저항이 생기는 느낌이다. 주행거리를 연장하기 위한 배터리 리차징(Recharging) 기능 때문이다.
SM3 Z.E.는 전기차로서는 비교적 큰 덩치를 지니고 있다. 기아차 레이 EV와 비교하면 두 체급이나 위다.
큰 차체는 실내공간 넓이 등 편의성 면에서 장점을 제공하지만, 아직 배터리 기술이 충분히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큰 차체는 기술적인 핸디캡이 된다. 무거운 차체를 움직이기 위해 출력을 높이면 배터리 소모가 빠르고, 이는 내연기관의 '연비'에 해당하는 '1회 충전 주행거리' 손실로 이어진다.
르노는 이 핸디캡을 만회하기 위해 배터리 리차징 기술을 적용했다. 하이브리드카에 적용된 배터리 충전 기능과 같은 식으로, 감속이나 정지시 운동에너지로 충전기를 돌려 배터리를 채우는 기술이다.
다만, 배터리 리차징시 저항이 걸리는 느낌은 토요타나 혼다의 하이브리드카보다 SM3 Z.E.가 더 강한 듯하다. 그동안 시승해본 하이브리드카들은 SM3 Z.E.처럼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다고 속도가 확연히 줄어드는 느낌은 없었다.
배터리 리차징에 많은 공을 들인 덕에 SM3 Z.E.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경쟁차종에 비해 긴 편이다.
SM3 Z.E.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도심 182.6km, 고속도로 168.5km, 복합 176.2km로, 더 작고 가벼운 차체를 지닌 레이 EV(139km)보다도 월등하다.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고속도로보다 도심에서의 에너지효율이 더 좋은 이유는 정차시 공회전에 따른 에너지 소모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정체구간이 많을 경우 관성에너지를 날려버리는 것은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르노삼성의 전기차 브랜드 관리를 담당하는 윤동훈 EV 브랜드 매니지먼트팀장은 "내연기관 차량 이상으로 SM3 Z.E.도 운전 습관에 따라 에너지효율이 크게 달라진다"며, "테스트 결과 경제운전을 하면 1회 충전 주행거리가 230km까지 나오기도 하지만, 나쁘게는 100km정도밖에 안 나온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 SM3 Z.E. 트렁크 내부. 배터리 장착 공간 때문에 트렁크 용량이 작은 편이다. ⓒ데일리안
조작방식 가솔린 모델과 동일…트렁크 공간은 배터리에 양보
전반적인 조작감은 내연기관 차량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SM3 가솔린 모델을 운전하는 느낌이었다. 스티어링 휠이나 가속페달, 브레이크 페달, 기어노브 등 전체적인 배치나 조작 방식이 가솔린 차와 동일하다.
실내공간도 마찬가지다. 준중형 중에서도 넓은 편인 SM3의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르노삼성은 이를 앞세워 양산 판매시 '국내 최초 준중형급 순수 전기차'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외관상의 길이는 13cm가량 늘었지만, 실내공간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배터리 장착을 위해 C필러(2열 좌석 측면 글라스와 후면 글라스 사이의 기둥) 뒤쪽을 늘렸다.
트렁크 공간에서는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전장이 확대됐음에도 불구, 배터리 장착 공간은 트렁크의 상당 부분을 잡아먹는다. 기존 가솔린 모델 트렁크 공간의 절반도 안 되는 크기다. 골프백을 겹쳐 쌓아도 2개가 겨우 들어갈까 말까 해 보인다.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좋은 점이라고도, 나쁜 점이라고도 할 수 없는 전기차 특유의 특성도 있다. 우선 에어컨과 히터를 작동할 때 에너지 소모량이 다르다.
내연기관 차량의 경우 히터 작동시에는 에너지 소모가 크지 않지만, 에어컨을 작동할 때는 연비가 급격히 저하됨은 물론 동력성능에 지장을 줄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하지만 전기차는 에어컨보다 히터 작동시 에너지 소모가 더 크다. SM3 Z.E.의 경우 에어컨은 전체 전력의 15%, 히터는 17% 정도를 소모한다고 한다.
후진시에도 전진과 같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전기차의 특성이다. 플러스·마이너스 전극만 바꾸면 전후 구동이 전환되니 이론적으로 후진시에도 최고속도를 낼 수 있다.
다만, 후방 시야가 확보된 곳에서 시험해본 결과 SM3 Z.E.는 후진으로는 135km/h의 최고속도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어노브를 후진으로 놓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지만 30km/h에서 속도계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안전을 위해 락(Lock)을 걸어놓은 듯 하다.
◇ SM3 Z.E. 뒷모습. 가솔린 모델에 비해 트렁크 도어와 뒷유리 사이의 검은 부분 만큼 길이(13cm)가 늘었다. ⓒ데일리안
2세대 모델 2013년 하반기 출시…LG화학 배터리 장착
이번 시승 모델은 프랑스 르노 본사에서 개발해 터키 공장에서 생산한 것으로, 유럽 환경에 맞춰 세팅된 모델이다. 1세대 모델의 특성상 개선점이 많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국내 부산 공장에서 2세대 모델을 생산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할 예정으로, 이때 생산되는 모델은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을 국산으로 대체하고, 각종 튜닝도 국내에서 테스트 드라이브 결과를 토대로 국내 상황에 맞춰 조정할 방침이다. 노면소음이나 풍절음 등 기존 모델에서 발견되는 문제점도 개선된다.
특히, 배터리는 1세대 모델의 경우 AESC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장착했지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2세대 모델은 LG화학 제품을 사용한다. AESC 제품은 급속충전이 불가능하지만, LG화학 제품은 급속충전이 가능한 게 가장 큰 차이다. 또, 겨울과 여름철 온도 변화에 따른 주행거리 감소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배터리 팩 내에 히팅 및 쿨링 시스템을 장착할 예정이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르노삼성은 2세대 모델의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기본적인 차량 성능은 1세대 모델로도 충분히 입증됐다고 평가할 만하다.
SM3 Z.E.는 전기차가 미래 기술이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충전소 등 인프라만 갖춰진다면 실생활에서 아무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 차량이었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 Copyrights ⓒ (주)이비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