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은사
知異山 泉隱寺라고 쓴 일주문의 편액 글씨에 주목해 보시기 바란다
처음에 이 절의 이름은 감로사(甘露寺)였을만큼 물 맛 좋은 샘이 있었나보다, 후에 절을 중수할 무렵 샘가에 큰 구렁이가 자주 나타나 사람들을 무서워하자 한 스님이 용기를 내어 죽였는데, 그 후로는 샘에서 물이 솟지 않았다. 그래서 ‘샘이 숨었다’는 뜻으로 천은사라는 이름이 붙였다고 한다.
절 이름을 바꾸고 가람은 크게 중창 했지만 절에 여러차례 화재가 발생하여,사람들은 입을 모아 절의 수기(水氣)를 지켜주던 이무기가 죽은 탓이라 하였다.
얼마 뒤 조선 4대 명필의 한 사람인 원교 이광사(李匡師, 1705~1777)가 절에 들렀다가 이런 이야기를 듣고, 마치 물이 흘러 떨어질 듯 한 필체(水體)로 "지리산 천은사"라는 글씨를 써 주면서 이 글씨를 현판으로 일주문에 걸면 다시는 화재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 하였다. 그대로 따랐더니 신기하게도 그 후로는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전한다 <2011.11.1>
일주문을 지나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위로 다리가 놓여 있는데 이 다리를 피안교라 부른다. 이쪽은 온갖 번뇌에 휩싸여 생사윤회하는 고해의 언덕이고 다리 건너편은 고통과 근심이 없는 불·보살의 세계다. 따라서 피안교란 열반의 언덕에 도달하기 위해 건너는 다리를 뜻하는 것이다.
우리들이 사찰에 갈 때, 절 입구의 피안교를 무심히 건너는 게 아니다. 마음을 청정하게 씻고 이제 다리를 건너면 진리와 광명이 충만한 불법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천은사에는 그 다리 위에 2층 누각인 수홍루가 있다. 조선후기에 지어진 수홍루는 계곡과 어우러져서 천은사를 대표하는 경치라고 할 만큼 아릅답다. 정면 현판의 글씨는 염제(念齊) 선생의 글씨라 한다
수홍루 아래를 흘러간 물은 사찰 아래의 큰 저수지에 이르는데 가을 가믐으로 수량이 많이 줄어 들었다 주변의 단풍과 함께 푸은 물빛이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