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에서 헤매는 하수의 비애
선배의 구박에 하수 탄식 절로난다.
두 점 깔면 ‘건방지다’
세 점 깔면 ‘새가슴’
지키면 ‘소심하다’
벌리면 ‘실속없다’
정석대로 두면 ‘틀에 박힌다’
생각대로 두면 ‘정석도 모른다’
세 칸 벌리면 ‘황새 다리’
두 칸 벌리면 ‘뱁새 다리’
빨리 두면 ‘경솔하다’
늦게 두면 ‘본다고 수 생기냐’
단수 치면 ‘소탐대실’
들여다보면 ‘이적수’
살자하면 ‘죽은 자식 불알 만진다’
포기하면 ‘생각 없이 손 뺀다’
공격하면 ‘아생연후’
수비하면 ‘공격이 최선의 방어’
내가 두면 ‘방향착오’
지가 두면 ‘응수타진’
내가 두면 ‘소탐대실’
지가 두면 ‘사소취대’
농담하면 ‘까분다’
진지하면 ‘열 받았냐’
‘좋은 수’ 칭찬 뒤에...
이어지는 ‘그런데’...
어디 구박뿐이겠는가?
괴롭히고 후려 먹는 방법도 가지가지...
소꼬리 인심 쓰고...
황소 한 마리 챙겨간다...
따라두면 뒤통수 치고...
쳐들어가면 동문서답...
사선 달리면 삼선에 후벼 파고...
삼선 달리면 사선에 에워싸고...
다가서면 협공하고...
물러서면 집적대고...
젖히면 끊고...
늘면 누르고...
꼬부리면 싸 바르고...
단수 치면 패 만든다!
비둘기 몸은 밖에 있어도, 마음은 콩밭에 있다고...
반짝이는 명당자리 쳐다보길 반나절에... ⊙.,⊙
찌르고, 들여다보고, 단수 치며 집적거리는 통에 둘 시간 한 번 없다.
호시탐탐 노린 끝에 기회 오나 싶었더니...
싸가지 없게 지가 먼저 홀라당 놔 버리고... -_-;;
빨리 둬도 안 되고, 늦게 둬도 안 되고...
두 칸 벌려도 안 되고, 세 칸 벌려도 안 되고...
단수 쳐도 안 되고, 들여다봐도 안 되고...
젖혀도 안 되고, 늘어도 안 되고...
공격해도 안 되고, 수비해도 안 되고...
지켜도 안 되고, 벌려도 안 되고...
361점 드넓은 중원 땅에 흑돌 쉴 곳 한 점 없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