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숭례문 뿐이랴
/ 만은 김 종원
불타고 무너진 것이
어찌 숭례문(崇禮門)뿐이랴
모두가 왕이라고 왕왕거리면서
구슬땀이 싫어 시원한 그늘을 찾을 때
우리들 두레정신도 무너져 내려
촌색시들 도시로 떠나간 뒤로
고샅엔 아이들 울음소리 끊기고
필리핀 베트남 색시들 가끔 지나가네.
조상신 대신 외국 신(神)을 수입하더니
종갓집 마당엔 잡초가 무성하고
양성평등을 부르짖으며 호주제를 폐지해
새로운 모계사회를 꿈꿀 때
족보문화도 무너져 내렸네.
콩 한 쪽도 나눠 먹던
인정의 샘터를 떠나
카지노 주식 경마장에서
대박을 꿈꾸던 사람들은 쪽박을 차고
서울역 싸늘한 구석에 누워 별을 보며
가슴은 숭례문 서까래처럼 탈 때
우리 민초들의 인생도 꿈도
잿빛으로 무너져 내리는 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정 사랑 천륜 예의범절도
계산기를 두드리는 세상에
불타고 무너진 것이
어찌 숭례문(崇禮門)뿐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