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글들◆

소금과 간장

형광등이 2007. 11. 14. 18:09

      소금과 간장 저는 강원도에서 근무하고 있는 군인입니다 푸른 군복을 입은 지도 어언 29년! 그 동안 결혼도 하고 사랑하는 처자식도 두었습니다. 아들이 저 혼자라 1989년부터 부모님을 모시고 있고요. 부모님은 그 동안 군인아들 따라 다니느라 거의 매년 저와 함께 이사도 같이 하셨습니다. 그 동안 계속 며느리가 해주던 밥을 드셨는데 2년 전부터는 아이들 학업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집사람과 아이들은 경기도 시흥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불가피하게 팔순이 넘으신 어머님께서 손수 식사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어머님이 해주시던 밥은 제 입에 꼭 맞는, 정말 맛있는 밥이었죠. 그러다가 2년 전부터 다시 어머님이 해주시는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눈물의 식사가 될 줄이야... 어머님은 요즘 반찬의 간을 맞추면서 고추장과 소금 그리고 간장을 안고 지낼 정도입니다. 왜냐고요? 작년부터 어머님은 혀끝의 감각을 잃으셔서 반찬에다 간장과 소금을 끊임없이 타고 계십니다. 그런데 그 맵고 짠 음식을 아버님은 아무런 말씀도 없이 묵묵히 드시고 계십니다. 어머님께 한두 번 말씀을 드렸지만 혀끝에서 느끼질 못하니 부질없는 것 같아 더 이상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도 식사 때엔 어쩔 수 없이 물과의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밥을 먹는 것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이젠 돌아올 수 없는 부모님의 음식 감각이 오십이 내일모레인 이 못난 아들을 눈물짓게 합니다. 그나마 친구라도 계시면 덜 외로우실 텐데... 못난 아들의 직업 때문에 잦은 이사와 외진 곳에 위치한 군 숙소 문제로 하루 종일 적적하게 계시니 너무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그러다가 불쑥 내뱉으시는 말씀 중 "아범아, 우리 또 언제 이사가노?" 하시는 말씀이 가장 아프게 가슴을 찌릅니다. 어머님의 질문에 제가 답변할 수 있는 말은 "어머님, 이제 저 군생활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 때는 이사 가지 않아도 되고 하라와 승환이도 같이 살 수 있어요..." 어서 그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정 광 식 - ♬배경음악:Hnkonan Hockob/ Nikolai Nasc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