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사 이야기
1집 당 1만원" 내기바둑에 인생 걸다 '패가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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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스포츠로 알려진 바둑. 공무원 A(60)씨에게는 바둑은 스포츠가 아니라 노름이다.
A씨는 6년간 대구 수성구에 있는 한 기원을 다니며 2억 원의 빚을 지게 됐고, 직장까지 잃었다.
1만 원짜리 내기 바둑이 한집에 1만 원, 한판에 100만 원짜리 도박이 돼 버린 것.
A씨는 현재 단도박 모임에 나가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지역 일부 기원 노름판으로 전락
지역 일부 기원에서 바둑이 노름으로 변질되고 있다. 바둑으로 재산탕진, 직장까지 잃은 사람들도 있다.
대한바둑협회 대구지부는 지역에 400여 곳의 기원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 10%가량은 일반적인
바둑을 두는 곳이 아니라 노름으로 바둑을 두는 곳. 밥 사기, 음료수 사기, 1만 원짜리 내기 바둑 수준이 아니라
한판에 10만 원 100만 원의 판돈을 걸고 전문적으로 도박성 바둑을 두는 곳이라는 것.
지역 바둑인들도 이런 변질된 일부 기원 때문에 바둑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대구 단도박 모임에는 도박 중독으로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전체 70명의 회원 중 10% 이상이 바둑 중독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바둑 중독 증세를 호소하는 회원 중 90% 이상은 기원에서 상습적으로 판을 벌여온 사람들.
대부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빚을 안고 있다. 가정을 잃어버린 회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박 모임 회원 C(달서구)씨는 "포커, 고스톱보다 더 중독이 심한 것이 바둑이다.
일반인들은 바둑이라면 건전한 스포츠로 생각하지만 일부 기원은 전문 꾼들까지 양성시켜 도박판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두류공원 노름성 바둑판 매일 열려
변질된 기원뿐만 아니라 대구 두류공원에도 도박성 바둑판은 매일 열리고 있다.
한판에 10만 원 이상 판돈을 걸고 내기 바둑을 두는 것으로
속칭 '야바위'로 불리는 바람잡이와 판돈을 빌려주는 사채업자들까지 바둑판 주변에 상주해 있다.
6년 동안 바둑 중독으로 빚더미에 앉았다는 N씨에 따르면 노름성 바둑은 한판에 얼마씩 판돈을 걸고 하는 것보다
주로 한 집당 얼마씩 돈을 걸고 판을 벌인다. 한 집당 1만 원 정도를 정해 판을 벌이면 수백만 원은 한 시간 내로 날아가는 경우도 있다.
또 지역 일부 변질된 기원에는 전문 바둑 꾼을 양성해 판을 부치며 같은 실력의 바둑인인 것처럼 속여
일반 바둑인을 노름판으로 끌어들인다고 N씨는 전했다.
◆문제는 사회적 인식
이처럼 일부 변질된 기원이 근절되지 않고 영업을 계속 할 수 있는 이유는 기원 자체를 바둑협회에서
관리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바둑에 대한 이미지가 노름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회적 편견 때문이다.
대한바둑협회 대구지부 관계자는 “일반적인 기원에서 벌이는 내기 바둑은 노름이 아니다. 하지만,
일부 기원에서 큰돈을 걸고 전문적인 도박성 바둑을 두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협회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행정기관 등에서 협회에 이런 변질된 영업 행위를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면 해결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대구서부경찰서는 자신의 아버지가 기원에서 도박성 바둑을 두며 5억원을 잃은 데 격분,
상대방을 주먹으로 마구 때리고 현금을 빼앗은 혐의(폭력 등)로 아들 우모(3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북매일신문 김윤호 기자 yhkim@kbmaeil.com / 노컷뉴스 제휴사
@ 2007.9.17.오늘자 nate 뉴스에서 퍼다 옮겼습니다.